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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싫어.” 윤시헌은 유난히 집요했다. 마치 남들 보라고 쇼를 하는데, 서나빈은 그저 희생양이 된 기분이었다. 런웨이는 한 시간 남짓 이어졌고 현장은 압도적이었다. 의상들의 스타일과 디자인이 모두를 감탄하게 했다. 그래서인지 쇼가 끝나자마자 심지원이 패션위크 단톡방에 공지를 올려 귀국 후 관람 후기를 쓰라고 했다. ‘하, 직장인이란... 겨우 이틀 쉬었는데 돌아가면 또 소처럼 일해야지.’ 끝난 뒤에도 그들은 떠나지 않고 모여 디자이너 인터뷰를 들었다. “시헌아.” 요염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서나빈 일행이 모두 고개를 돌렸고, 윤시헌만은 옆으로 살짝 고개를 기울여 곁눈질만 하고는 시선을 거두었다. 그제야 서나빈은 여자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그녀는 몰래 마른침을 삼켰다. 여자는 정말 예뻤다. 너무 뾰족하지 않은 계란형 얼굴, 요사스러운 눈빛, 정교한 화장. 한눈에 확 들어오는 미모였다. 서나빈은 알아보았다. 며칠 전 레스토랑에서 윤시헌과 식사하던 그 전 여자친구였다. ‘와, 재밌네. 여기서 남편의 전여친을 마주치다니.’ “윤 대표님, 누가 찾아요.” 서나빈이 일부러 더 크게 말해 옆에 있는 윤시헌을 불렀다. 윤시헌은 눈을 내려 그녀를 보았다. 얼음 송이 같은 차가운 눈빛이 그녀를 곧장 찔렀다. 그녀는 급히 입을 다물고, 앞에서 인터뷰 중인 디자이너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른 이들도 눈을 슬쩍 피했다. 심지원이 고개를 기울여 슬쩍 속삭였다. “나빈 씨, 이러다 대표님한테 잘릴 수도 있어요.” “출근 안 해도 되면 좋기는 하겠네요. 그런데 기회가 없을 듯한데요.” 서나빈이 요염하게 웃었다. “아휴, 나빈 씨 조심해요. 오늘 밤 대표님한테 혼날지도 몰라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녀는 히히 웃으며 귀를 쫑긋 세웠다. 둘은 번개 결혼이라 감정적 기초가 없었다. ‘이 정도가 무슨 큰일이라도 되겠어?’ 윤시헌이 몸을 약간 틀어 여자를 보았다. “소정연.” 그녀의 이름은 소정연이었다. “오늘 밤에 시간 좀 내줄래?” 소정연의 목소리는 여자도 사르르 녹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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