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나빈 씨.”
소정연은 V넥의 하얀 바디컨셔스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커리어처럼 길게 뻗는 라인이 또렷했다.
몸매는 훤칠했고 검은 긴 머리가 어깨를 타고 흘렀다. 진주 귀걸이가 그녀의 기세를 한층 살렸다.
다시 서나빈을 보면... 그녀는 흰 스니커즈, 스키니 데님, 어깨가 거의 드러나는 연한 하늘색 양모 니트를 걸쳤다.
하나는 청순, 하나는 성숙.
소정연은 의자에 앉아 빙그르르 돌며 사옥의 안락함을 한껏 즐겼다.
“소 과장님.”
“그렇게까지 격식 차리지 말고요. 사적으로는 정연 씨라고 불러요.”
“네.”
이후 십여 분, 소정연은 대수롭지 않은 얘기만 건넸다. 그게 서나빈에게는 이상했다.
조금 전 말들은 분명 다 들렸을 텐데, 이렇게까지 태연할 수 있나?
게다가 소정연은 어딘가에서 들은 듯한 소식을 풀어놓았다.
윤시헌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없고, 지난 보름 동안은 서나빈을 제대로 쳐다본 적도 없다고... 다른 관계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니 지난번 서나빈이 했던 말처럼, 사무실 여자들이 전부 윤시헌을 좋아한다는 얘기가 맞을 거라고 했다. 방금 같은 일도 그저 수많은 사례 중 하나일 뿐이라고.
특히 조금 전 일은 그녀에게 위협이 되지는 않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안도한 기색이 역력했다.
...
토요일, 서나빈은 낮까지 푹 잤다.
윤현석의 작은 뜰에 닿았을 때는 이미 오후 세 시였다.
그녀는 조심스레 완성된 슈트 재킷과 흰 셔츠 두 벌을 다림질했다.
셔츠 소매를 들어 올리며 살색 손톱이 카라를 스치자, 흰 실로 수 놓인 튤립 문양이 드러났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녀의 자수 손길은 제법 이름났고 상도 여러 번 받았다.
“네가 디자인한 이 남성복 두 벌, 공들였구나?”
윤현석이 찻잔을 들고 곁에 서서 완성품을 유심히 훑었다.
“네 실력이라면 시헌이 밑에서 디자이너로 있을 급이 아닌데. 아니면 그놈 안경 도수가 너무 낮았나?”
서나빈은 눈을 살짝 비켜 뜨고 쓴웃음을 지었다.
“저는 그냥 조용히 디자이너 일만 하고 싶어요.”
“그러면 내가 데려올까 보네.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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