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서나빈은 난장판을 둘에게 맡겨 두고 술기운을 틈타 자리를 떠났다.
T바를 나서니 밤 열한 시가 훌쩍 넘었다. 미리 불러 둔 차 기사도 가 버린 뒤였다.
입구 의자에 앉은 그녀는 목덜미에 묻힌 립스틱 자국을 조심스레 닦아 냈다.
11월 말의 밤바람은 차가웠지만, 양주 3잔을 들이킨 그녀에게는 한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근시가 삼백 도는 된 듯 눈을 바짝 들이대도 손가락이 말을 안 들었다. 콜 버튼이 도통 눌리지 않았다.
그녀는 한숨을 쉬고 폰을 향해 말했다.
“시리야, 남편한테 전화해.”
“남편에게 전화를 거는 중입니다.”
바로 그때, 윤시헌은 몇몇 임원들과 재무 이슈를 논의하고 있었다. 휴대폰 진동이 울리자 그의 짙은 눈빛이 한층 어둑해졌다.
시선은 일제히 테이블 위 반짝이는 ‘아내’라는 표시로 쏠렸다.
심지원이 그의 옆구리를 슬쩍 찔렀다.
윤시헌은 순간 멈칫하더니 전화를 집어 몇 초간 침묵 끝에 받았다.
저쪽도 말이 없었고, 이쪽도 말이 없었다. 대표이사실 안의 사람들이 모두 그를 바라봤다.
심지원이 책상 밑에서 그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었다. 그가 눈을 흘기자 심지원은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
“여보.”
휴대폰에서 윤시헌의 목소리가 흘렀다.
의자에 기대 있던 서나빈은 그제야 화면을 들여다봤다.
‘정말 전화를 받았네?’
‘하루 종일 일에 쫓겨 시간도 없다더니... 문자 한 통도 없고, 집에도 안 오고, 정색하고 유혹해도 꿈쩍도 안 하더니... 게이세요?’
입술을 꾹 깨문 서나빈은 슬며시 화가 치밀었다.
“어디예요?”
“회사.”
임원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한 회사의 수장이 이렇게 다정한 톤이라니, 눈빛에는 싸늘함이 한 점도 보이지 않았다.
서나빈은 옆자리에 둔 그를 위해 만든 옷을 흘깃 보았다. 가슴이 시렸다.
“왜?”
차라리 묻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질문이었다. 단 한 글자가 오히려 더 아프게 파고들었다.
둘 사이에는 사랑이 없었다. 그녀가 요구할 자격도 없었다. 그런데도 폭발하는 성질머리는 멈추지 못했다.
“윤시헌 씨 회사는 아프리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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