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몇 분이나 지나고 나서야 둘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서나빈이 사건의 전말을 낱낱이 연이정에게 들려줬다.
연이정은 부러움 가득한 얼굴로 들었다.
“드라마도 이렇게는 안 찍어.”
“입 단단히 다물어. 안 그러면 오늘 밤에 가서 너를 죽여버릴 거야.”
서나빈이 경고했다.
연이정은 입술을 꾹 다물고 지퍼 올리는 흉내를 내며 입막음을 표시했다.
서나빈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컴퓨터 카톡은 차마 열지 못한 채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좋은 아침, 나비야.]
[나 결벽 같은 버릇 없어.]
[점심에 위로 한번 올라와.]
...
서나빈은 화면을 끄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귓불까지 새빨개졌다. 한겨울인데도 온몸이 끓어올랐다.
윤시헌이 자신을 나비라고 불렀다. 이건 분명히 심지원의 짓일 것이다.
윤시헌이 말수가 적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감정에 서툴렀다. 자기 아내한테 메시지 보내는 것도 제대로 못 할 정도였다.
심지원에게 진짜 고마워해야 했다. 아니었으면 계속 혼자였을 것이다.
‘답장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하지? 풀네임으로 부를까? 시헌 씨? 헌아?’
서나빈은 소름이 쫙 돋았다.
그녀는 결국 한 글자도 못 보냈다.
...
점심, 모두 밥 먹으러 나갔다.
서나빈은 그 틈을 타 얼굴 인식하고 30층으로 올라갔다.
“후... 젠장, 긴장하지 마...”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고 대표이사실로 걸어갔다.
똑똑똑.
“들어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긴장할 수 있지? 홍수나 맹수가 아니라 내 남편인데. 남편인데 뭘 무서워해?’
심지원이 또 무슨 괴상한 조언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몸에는 서나빈이 만들어 준 흰 셔츠를 입고 있었다.
넥타이는 매지 않았고, 옷도 아무렇게나 옆에 던져져 있었다. 밤새 한숨도 못 잔 사람처럼 보였다.
“저를 찾았어요?”
“응.”
윤시헌이 살짝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더니 눈빛에 약간의 부드러움이 어렸다.
그가 손짓했다.
“이리 와.”
서나빈은 다가가 그의 옆에 앉으려 했다.
그런데 그는 손목을 훅 잡아끌어 그녀를 자기 무릎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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