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서나빈은 얌전히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윤시헌은 안경테를 가볍게 만지더니, 남은 머리카락을 그녀의 가슴 앞쪽으로 쓸어 넘기고 걸린 부분을 천천히 풀었다.
다행히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지퍼는 무사히 내려갔고 머리카락은 전부 앞으로 모였다. 등 뒤가 서늘해지더니 뼈가 그대로 드러났다.
윤시헌은 얇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가 살짝 열었다.
“나빈아.”
“네.”
막 일어나려던 서나빈은 뒤에 앉은 윤시헌의 쉰 목소리를 들었다.
“오후에는 너를 쉬게 해줄게.”
“왜요?”
서나빈이 고개를 살짝 돌렸지만 뒤쪽의 그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뜨거운 입맞춤을 그녀의 어깨에 떨어뜨리고 뒤에서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
그녀는 허둥댔다.
귓가에 윤시헌의 숨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하고 싶어...”
그의 입맞춤이 향기 어린 어깨에서부터 서서히 올라와 귓불 가장자리에 닿았다。
...
하이엔드 드레스가 한쪽에 흩어져 있었다.
서나빈의 얼굴이 활활 달아올라 침대에 누운 채 꼼짝도 못 했다. 손가락에 낀 반지는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
윤시헌은 그녀의 목덜미에서 천천히 물러났고, 안경 너머로도 그의 눈에 일렁이는 욕망이 보였다.
그는 안경을 벗어 침대 머리맡에 내려놓았다.
서나빈은 마른침을 삼켰다. 두 볼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그가 미쳐 가는 것같이 보였다. 자신이 먹혀 버릴 것만 같았다.
딸칵.
벨트가 내리눌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삭...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도 들렸다.
웅웅.
침대 머리맡의 휴대폰 벨소리가 뜬금없이 울렸다.
윤시헌은 마른침을 삼키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얼굴에는 살기가 어렸다.
두 사람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휴대폰을 집어 들며 몸을 일으켰다. 심지원에게서 온 전화였다.
시간을 보니, 벌써 두 시에 가까웠다.
“중요한 일이어야 할 거예요.”
그는 몸을 숙여 그녀에게 입맞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대표님, 자료를 찾았습니다. 이 정도면... 중요한 일일까요?”
전화 속에서 심지원의 비굴한 목소리가 들렸다。
...
“알았어요.”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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