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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이랬던 거였어...’ 윤서아가 말했던 불굴의 헌신이나 필사적인 구원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강나연의 몸을 사리지 않는 용기와 피로 물든 두 손, 그리고 강나연의 이름을 도용한 파렴치한 행위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성도현이 그동안 베풀어 왔던 모든 관용과 양보, “은혜”를 기반으로 했던 모든 죄책감과 책임감은 전부 터무니없는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정작 진짜 은인에게 성도현은 그토록 잔인하게 굴었다. 단순히 윤서아에 대해 조사했다는 이유만으로 교통사고를 조작해 잔인한 경고를 했었다. 경찰서에서는 윤서아에게 함부로 모욕당하도록 눈감아주며 강나연에게 꺼지라는 막말도 했었다. 그리고 윤서아가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했다는 이유 하나로 수술대에 누워 있던 강나연을 억지로 끌어내 냉동창고에 가두기도 했다. 또 윤서아가 바늘과 고춧가루 물을 갖고 강나연의 등에 상처를 내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것도 모자라 강나연에게 유리 조각이 가득한 수영장에 뛰어들도록 강요도 했었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회사를 인질로 잡고 강나연을 협박한 전적도 있었다. 한 가지씩 떠올려 볼 때마다 그 기억들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성도현의 뇌리를 미친 듯이 휘저었다. 모든 기억의 한 장면마다 강나연의 피눈물이 보였고 그의 어리석음과 잔인함이 남아 있었다. ‘대체 왜? 왜 처음부터 더 자세히 조사할 생각을 못 했을까?’ ‘왜 윤서아의 허점투성이 거짓말에 쉽게 속아 넘어간 걸까?’ ‘왜 난 순하기만 해서 재미없게까지 느껴지던 정략결혼 상대한테... 그토록 용감하고 단호한 모습이 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을까?’ 거대한 후회와 자기혐오가 하늘을 뒤덮는 거대한 파도처럼 성도현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결국, 성도현은 고개를 번쩍 들고 아직 침대 위에 누워있는 윤서아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농락당했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에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윤서아!” 이를 꽉 깨물고 있던 성도현은 잇새 사이로 그녀의 이름을 힘껏 불렀다. 처음부터 계속 자는 척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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