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끔찍하고 놀라운 추측이 땅을 뚫고 나온 새싹처럼 순식간에 성도현의 모든 사고를 지배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순간적으로 피가 역류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비록 마음속에서는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었지만 성도현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증거가 아직 불충분했으니 더 확고한 증거가 필요했다. 그는 강나연 스튜디오와의 협력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 중이었다. 제품 개념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 회의를 진행하던 중, 강나연은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구상을 제안했다. 동양 고전 미학의 여백과 호흡감을 현대 기술 제품 디자인에 접목해, 고급 비즈니스맨들의 불안감을 완화해 주자는 것이었다. 명쾌하고 심오한 그녀의 설명은 논리가 정연했다. 그 핵심적인 내용과 사용자의 심리에 대한 통찰력은 성도현에게 강렬한 공감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막연하게 생각해 왔지만 표현할 기회가 없어 숨겨두기만 했던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성도현은 프로젝터 앞에 서서 자신감 있고 침착하게 디자인 초안을 설명하는 강나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주위가 마치 지혜와 영감의 빛으로 둘러싸인 듯 눈부신 그녀의 모습에서는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순간, 형언할 수 없는 감탄과 질투가 동시에 성도현의 마음에서 솟아올랐다. 그는 강나연과 정상적으로 소통하고 전문적인 자세로 대우받는 남자 팀원들을 질투했다. 그들이 이토록 빛나는 강나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질투했다. 영원히 강나연의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그를 우울하게 했다. 이 장면은 마침 몰래 회사에 와서 성도현에게 점심을 먹자고 하려던 윤서아의 눈에 정확히 들어왔다. 그녀는 강나연을 응시하는 성도현의 눈빛을 보며 원래부터 갖고 있던 위기감을 강하게 느꼈다. 극심한 질투와 함께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윤서아는 위험한 수를 두기로 결정했다. 가짜 유서를 적어서 자살을 위장해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성도현에게 자신과 결혼할 것을 강요하며 그를 완전히 묶어두려는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