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지극히 모호하고 단편적인 화면 하나가 예고 없이 성도현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눈부신 자동차 헤드라이트와 격렬했던 통증, 흐릿하지만 다급하고 울먹이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 그리고 그의 상처를 힘껏 누르고 있던 따뜻하지만 떨리는 손의 감각까지... 그 목소리, 그 느낌은 어딘가 윤서아의 평소 요염한 목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것 같았다. 성도현은 스스로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 갑자기 이런 기억이 떠오른 거지?’ 윤서아는 순간적인 그의 망설임과 멍한 표정을 민감하게 감지하고는 마치 약점이라도 잡은 듯 더욱 처참하게 울음을 터뜨리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그때 어떻게 했는데요? 말해 봐요! 도현 씨는 지금 내가 도현 씨를 구한 게 잘못됐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나 진작부터 버리고 싶었죠? 성도현 씨, 양심이 없어도 적당히 없어야죠!” 성도현은 윤서아의 소란에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미약하게나마 피어오르던 의혹은 귀가 찢어질 듯한 울음소리에 파묻히고 말았다. 그는 짜증스럽게 손을 휘저으며 경호원들에게 윤서아를 강제로 데리고 나갈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의심의 씨앗이 한 번 뿌려진 순간, 조용히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날의 알 수 없는 망설임을 느낀 이후로 성도현은 모든 것을 바꾼 그 7년 전 교통사고의 세세한 디테일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되새기기 시작했다. 생각할수록 윤서아 말해주는 그 과거 설명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비합리적인 부분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늘 ‘필사적으로 구했다.’, ‘구급차가 올 때까지 계속 곁을 지켰다’고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것에 대해서는 항상 말끝을 흐렸고 물어볼 때마다 울기만 하거나 너무 무서워서 기억이 안 난다며 얼버무렸다. 한 번 생긴 그 위화감은 점점 더 강렬해졌다. 성도현도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깊은 밤, 그는 가장 신뢰하는 경호원을 불러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지시했다. “지금부터 7년 전 서산에서 일어났던 교통사고를 재조사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