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한참의 잡음 끝에 정현민이 조심스럽게 묻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말 유하준을 잊었어?”
이 말이 나오자 병상에 있는 유하준은 온몸을 긴장시키고 숨을 죽였으며 한마디라도 놓칠까 봐 조심스러워했다.
곧이어 정다혜의 단호하고 확고한 목소리가 유하준의 귓가에 닿았다.
“응.”
이 한 글자는 마치 청천벽력처럼 온몸의 피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했다. 무의식적으로 침대보를 움켜쥔 유하준의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으며 몸은 병상에 박힌 듯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해 모든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졌으며 마치 온 세계가 이 순간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점점 커지는 이명 소리로 인해 정다혜가 그다음에 한 말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사실 듣지 않아도 되었다. 어차피 그 한 글자가 이미 그녀의 답변을 모두 말해주었으니까 말이다.
그녀는 정말로 그를 잊은 것이었다.
이는 그녀가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다시는 그를 위해 돌아서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유하준이 지난 한 달 동안 보여준 진심은 모두 자신의 착각이었다.
하지만 녹음파일은 여전히 재생하고 있었다.
“지난 몇 년간 나는 하준이에게 사랑도, 원망도, 증오도 있었어. 하지만, 이 모든 감정은 시간과 함께 사라졌어. 나와 하준이는 서로 만나지 않고 방해하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결말이야. 어차피 지금 우리는 그저 남남일 뿐이니까.”
정다혜는 그 길고 긴 문장을 매우 담담하게 전했으며 그녀의 어조에는 온전한 체념이 서려 있었다.
‘체념.’
“하...”
오랜 시간이 지나고서야 유하준은 반응을 보였다.
그의 가슴속 가득 찼던 수많은 말이 씁쓸한 웃음 한 자락으로 스러졌다.
정현민은 유하준의 이 모습을 보며 그가 이제 다시는 정다혜를 찾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정현민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닫고 떠났다.
유하준은 병상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두 팔이 몸 옆으로 늘어졌으며 눈빛은 텅 빈 채 앞만을 응시했다.
가슴이 철석에 눌린 듯 숨이 막혔다.
머릿속에는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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