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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안서연은 반사적으로 돌아서려다가 하승주가 아직 자신이 청력을 회복한 사실을 모른다는 것을 떠올리고 동작을 멈췄다. 하승주는 허겁지겁 그녀의 앞으로 달려와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물었다. “서연아, 너 떠나려는 거야? 우리 곧 결혼하는데 어디 가려는 거야?” 안서연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하승주는 그제야 정신을 차려 서둘러 수화를 반복했다. 안서연의 얼굴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내 친구 중 한 명이 떠나게 됐어.” 하승주는 그녀의 표정을 꼼꼼히 살폈으며 거짓말을 하는 얼굴이 아니라는 걸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야. 서연아, 아까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난 너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말 상상도 안 가.” 그는 그녀를 꼭 끌어안고는 진심 어린 불안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 감동적인 말들을 들으면서도 안서연의 마음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떠나는 걸 두려워한다면서 왜 배신한 걸까? 내가 듣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감히 그런 짓을 한 걸까? 안타깝게도 곧 실망하겠네.’ 하승주는 여전히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자리를 뜨려 했다. “서연아, 우리 집에 가자. 지금은 단 1초도 너를 내 시야에서 놓칠 수 없어.” “왜? 네 비서는 안 챙겨도 돼?” “몸이 좀 안 좋다고 해서 먼저 돌아갔어.” 자연스럽게 내뱉는 그 거짓말이 안서연에겐 그저 비웃음거리일 뿐이었다.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안서연은 서지우가 한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남자는 한 손으로 서지우의 손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다른 한 손은 그녀의 허리를 향해 뻗어가고 있었다. 서지우는 그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뺨을 후려쳤다. 그 순간, 화가 난 남자가 바닥에 떨어진 맥주병을 집어 들어 그녀에게 휘둘렀다. 바로 그때, 안서연은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하승주는 순식간에 달려가 서지우를 품에 안았다. 맥주병은 그의 어깨에 부딪히며 깨졌고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살을 찢으며 피가 흘러나와 셔츠를 붉게 물들였다. 하승주는 얼굴이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졌고 품에 안은 서지우가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한 뒤 곧장 그 남자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잡아 얼굴을 마구 내리쳤다. “감히 내 사람을 건드려? 죽고 싶어?” 그의 얼굴을 알아본 남자는 겁에 질려 연신 용서를 빌며 반항조차 하지 못했다. 한편 안서연은 튄 유리 파편에 얼굴이 베였지만 전혀 아픈 기색도 없이 그저 조용히 서서 화가 난 하승주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앞의 이 장면은 점점 그녀의 기억 속 어느 한순간과 겹치기 시작했다. 5년 전, 그녀와 하승주가 사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그때도 어떤 비즈니스 파티에 참석했다. 그건 그녀가 하승주의 여자 친구로서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나선 자리였다. 그 당시만 해도 하승주의 사랑꾼 이미지는 아직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다. 그녀가 청각 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 눈에선 경멸과 조롱이 보였다. 하승주는 사업 얘기로 자리를 비운 순간, 몇몇 의도가 수상한 남자들이 그녀에게 다가왔고 모두 그녀를 그저 하승주가 잠깐 즐기다 버릴 상대쯤으로 여기는 듯했다. 그녀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못했지만 얼굴에 떠오른 조롱과 음흉한 눈빛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하승주에게 폐가 될까 두려워 끝내 참고 경고만 반복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더한 비웃음뿐이었다. 그러다 한 남자의 손이 그녀의 뺨을 만지려는 순간, 하승주가 그 남자를 걷어차 버렸고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로 그를 땅에 눌러놓고 무자비하게 때렸다. 이후 비서에게 지시해 그들과의 모든 협력 관계를 끊고 업계에서 매장해 버렸다. 그 사건 이후, 모두가 안서연은 하승주의 금기란 걸 알게 되었으며 감히 그녀를 건드릴 엄두도 못 냈다. 하지만 지금, 똑같은 상황에서 하승주가 품에 안은 사람은 더 이상 그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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