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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세 사람은 병원으로 향했다. 아까 사람을 때리고 나서 내내 서지우를 달래느라 정신없던 하승주는 그제야 안서연의 뺨에서 흐르는 피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병원에 도착하자 그는 어깨에서 피가 멈추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에게 그녀의 상처부터 치료해 달라며 고집을 부렸다. “곧 결혼식인데 우리 서연이 얼굴에 상처가 남으면 안 돼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미안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수화를 써서 설명했다. “서연아, 다 내 잘못이야. 아까 내가 서지우를 지키러 간 건 단지 내 부하 직원이기 때문이야. 제발 화내지 마, 응?” 안서연은 아무 대답 없이 의사에게 자기 얼굴은 신경 쓰지 말고 하승주의 어깨를 먼저 치료하라고 했다. 어차피 자신은 결혼식에 참석할 일도 없으니 얼굴에 상처가 나든 말든 상관없었다. 하승주는 그런 그녀의 반응을 자신을 걱정해주는 마음으로 오해했으며 그 마음에 감동했다. 의사는 피에 젖은 셔츠를 가위로 잘라냈고 흉측한 상처가 드러났다. 안서연은 그제야 상처의 위치가 정확히 5년 전 지진 때 쇠기둥에 찔려 생긴 흉터 자리와 겹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제 그 흉터는 새로운 상처에 덮여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순간 멍해졌다. ‘어쩌면 하늘도 우리의 관계가 이제 끝났음을 알려주려는 건 아닐까?’ 병원을 나선 후, 서지우는 두 팔로 자신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흐느끼듯 하승주에게 말했다. “승주 씨, 오늘 밤 승주 씨 집에 가도 될까?” 하승주는 서지우가 이렇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드물었기에 마음이 조금 약해졌다. 그는 슬쩍 안서연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수화를 썼다. “서연아, 오늘 서 비서가 너무 놀랐어. 하루만 우리 집에서 지내도 괜찮을까?” 마치 오해받을까 봐 두려운 듯 그는 다급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다른 뜻은 없고 그냥 상사로서 직원에게 책임감을 느낄 뿐이야.” 그의 긴장된 표정을 본 안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손을 꽉 쥐었다. ‘이렇게 대놓고 저 여자를 집에 들이려는 거야?’ 곧이어 그녀는 비웃음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 ‘됐어. 어차피 내가 떠나고 나면 서지우는 결국 저 집에 들어오게 될 테니까. 지금 굳이 따지고 들 필요가 뭐 있겠어.’ “네 맘대로 해.” 안서연이 옆에 있었기 때문인지 집으로 가는 내내 하승주는 서지우와 거의 말을 섞지 않았다. 서지우가 몇 번 말을 걸었지만 그는 눈빛으로 조용히 하라고 제지했다. 안서연은 그들의 연극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아 눈을 감고 창문에 기대어 자는 척했다. 집에 도착한 후, 하승주는 서지우의 원망 섞인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2층의 손님방에 들였다. 그러고는 곧바로 안서연과 함께 침실로 올라갔다. 그는 소독약과 밴드를 가져와 그녀의 뺨을 조심스레 치료해 주었다. “서연아, 네가 나 걱정해서 그런 거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네 상처를 그냥 두면 어떡해? 흉터라도 남으면 내가 얼마나 속상하겠어.” 상처를 치료한 뒤 그는 그녀의 이마에 조용히 입을 맞췄다. “다신 너 다치게 하지 않을게. 오늘은 그냥 내 직원이 괴롭힘당하는 걸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아무 생각 없이 달려든 거야. 내 직원이 당하는 건 결국 내 얼굴에 먹칠하는 거니까. 내가 그걸 어떻게 참아? 서연아, 너는 이해해 줄 수 있지? 그렇지?” 그의 말은 그럴듯했다. 만약 안서연이 그와 서지우의 관계를 모르는 상태였다면, 그리고 그의 눈 속에 자리 잡은 그 집요한 소유욕과 분노를 보지 못했다면 진짜로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용서의 말 대신 피곤하다며 쉬고 싶다고만 했다. 하승주는 평소처럼 그녀를 위해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가져왔고 등을 토닥이며 잠들 때까지 달래주었다. 새벽에 안서연은 천둥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몽롱한 상태에서 그녀는 본능적으로 옆에 있는 사람의 허리를 감싸려 했지만 손에 잡히는 건 싸늘한 빈자리뿐이었다. 그녀는 그 차가운 감촉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2층 계단에 막 도착했을 때, 어디선가 여자의 숨죽인 신음이 들려왔다. 발걸음을 멈춘 그녀는 복잡한 감정을 억누른 채 한 발 한 발 객실 문 쪽으로 다가갔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노란 조명의 따스한 빛 아래에는 한 치의 옷도 걸치지 않은 두 남녀의 몸이 엉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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