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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박한섭은 휴대폰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번쩍 들며 이를 악물었다. “생일 때 채이가 반지 훔쳤다고 모함한 것도... 너였어? 그때 알레르기 일으킨 것도 화상도... 전부 네가 꾸민 일이야? 신소은, 너... 어떻게 이렇게 못될 수가 있어?”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린 채 뒤로 물러나던 신소은이 등 뒤의 꽃병을 건드려 바닥으로 와장창 떨어졌다. “난... 난 그냥 한섭 씨를 너무 사랑해서 그랬던 거야...” 그녀가 울먹이며 변명했다. “맨날 대범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니까... 난 그냥 한섭 씨가 그걸 제대로 보길 바랐을 뿐이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박한섭은 손을 번쩍 들어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그러자 신소은은 얼굴을 감싸 쥔 채 바닥에 주저앉더니 충격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섭 씨, 지금 그 여자 때문에 나를 때리는 거야? 아까는 아니라고 했잖아! 한섭 씨 같은 위선자가 어딨어?!” 그녀의 고함이 계속 이어졌지만 박한섭의 마음속에는 실망감만 가득했다. “그동안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했는지... 넌 한 번도 보려고 하지 않았지? 신씨 가문에서도 널 친딸처럼 대해줬어. 넌 조용히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고.”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단호하게 이어 말했다. “신소은... 내가 널 잘못 봤던 것 같다.” 이 말에 신소은은 오히려 갑자기 차분해지더니 얼굴에 맺힌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들었다. “한섭 씨, 설마 지금도 신채이가 떠난 게 나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녀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말해줄까? 신채이는 어릴 때부터 뭐든 나보다 잘났어. 그래서 난 항상 신채이가 싫었지. 왜 내가 원하는 걸 다 걔가 가지고 있는 건데? 그래서 난 일부러 신채이가 아끼는 것들을 모두 빼앗았어. 신채이의 부모도 그리고... 한섭 씨도.” 박한섭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러자 신소은은 숨을 들이쉬고 더 깊숙이 그의 멱살을 잡듯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여자의 마음은 여자가 더 잘 아는 법이거든. 신채이가 떠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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