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구진성은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그녀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싸늘하게 식은 눈빛 속엔 차마 드러내지 못할 복잡한 감정들이 겹겹이 뒤엉켜 출렁이고 있었고 그 어떤 말보다도 더 깊은 혼란이 그 안에서 번져나가고 있었다.
분명히 이제는 미워해야 마땅한 여자였다. 그래야만 했고 그래야만 편할 터였다. 그런데도 그녀가 상처 입은 얼굴로 등을 돌린 그 순간, 왜인지 모르게 가슴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통증이 찌르듯 올라왔다.
한편,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간신히 화장실 문을 열고 돌아온 심가연은 문이 닫히자마자 마치 한순간에 모든 기운이 빠져나간 듯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는 이미 뺨을 타고 흘러내려 옷깃을 붉게 물들였고 그 자리에 번진 짙은 핏빛이 그녀의 고통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상처를 더듬은 그녀는 손끝에 묻어 나온 선명한 피를 보며 다시금 현실을 깨달았다.
억지로 눈물을 참으려 애쓰던 눈가가 서서히 붉어졌고 곧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벽을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차가운 물로 얼굴을 적셔 정신을 가다듬은 그녀는 응급 상자를 꺼내 대충 상처를 소독한 후 붕대를 감고 피 묻은 옷을 갈아입은 채 다시 아이를 돌보러 나섰다.
지하실에 하루 종일 갇혀 있었던 탓인지, 구재호는 평소보다 더욱 그녀에게 매달리는 듯했다. 그녀가 들어서자마자 아기 침대 난간을 두 손으로 꼭 붙잡고 일어서더니 방방 뛰며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던 먹구름이 조금씩 걷히는 듯했다. 심가연은 조심스럽게 아이를 품에 안고 작은 얼굴에 살포시 입을 맞췄다. 아이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의 목을 양팔로 감싸더니 그대로 볼에 뽀뽀를 해왔다.
한 살이 조금 넘은 구재호는 병약하게 태어난 탓인지 또래에 비해 발육 속도가 다소 느렸다. 다른 아이들은 열네 개월쯤이면 스스로 걷기 시작하는데 구재호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단계였다. 그리고 그녀의 딸 유이는 여전히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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