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그녀는 어릴 적부터 이곳에서 자라났다. 고요하고 웅장한 이 저택은 한때 어머니와 함께한 따뜻한 추억이 가득 깃든 곳이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 이 집은 더 이상 그녀의 안식처가 아니었다. 어머니의 장례가 끝난 지 겨우 한 달, 아버지는 오랫동안 밖에서 숨겨두고 있던 내연녀를 집으로 끌어들였고 심지어 그녀 몰래 혼인신고까지 마쳐버렸다.
그녀는 아버지와 수차례 언쟁을 벌였고 때로는 격렬한 말다툼도 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끝끝내 자신은 어머니에게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다며 뻔뻔하게 우겨댔다. 그리고 그가 결국 자신을 임준석과의 정략결혼에 내몰았을 때, 그녀는 더 이상 그와 자신 사이에 부녀의 정이라 부를 만한 감정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렇게 등을 돌린 아버지를, 그녀는 다시 찾아가야 했다. 딸이 아프기 시작하자 그녀는 자존심을 꺾고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었고 손녀를 살려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수십억이 필요한 치료비였지만 그것이 심국종에게는 결코 감당하지 못할 금액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단 한 푼도 내어주지 않았다.
깊게 숨을 들이쉰 심가연은 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른 채 조용히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연 이는 가정부 이복례였다. 심가연을 본 순간, 그녀는 놀란 눈으로 두 손을 모아 반겼다.
“아가씨? 돌아오셨네요!”
기쁨을 감추지 못한 이복례는 그녀를 집 안으로 안내하며 따뜻한 눈빛을 건넸다. 오랜 세월 이 집을 지켜온 사람이지만 이상하게도 이 집은 이제 심가연에게 낯설기만 했다.
한때는 어머니가 정성껏 꾸며놓은 아늑한 공간이었건만 이젠 가구 하나, 커튼 하나까지도 모두 생전 어머니가 가장 싫어하던 스타일로 바뀌어 있었다. 더 이상 여기는, 그녀의 집이 아니었다.
“녹차 한 잔 드릴까요? 예전엔 제일 좋아하셨잖아요.”
이복례는 다정하게 말했지만 눈가에 드리운 깊은 주름이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다. 심씨 가문에서 그녀가 진심으로 그리워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이복례뿐이었다.
“괜찮아요. 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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