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구진성의 시선이 자꾸 심가연에게 머무는 걸 눈치챈 김미정은 혹여 체면이 구겨질까 그녀의 사소한 움직임까지 예민하게 훑어봤다.
“밥 좀 조용히 못 먹니? 창피하게.”
오도독 소리가 나자 몸을 기울여 낮게 쏘아붙였다. 딱 둘만 들을 수 있는 거리였다.
심가연의 젓가락이 잠시 멈췄다. 또 시작이다. 늘 그렇듯 트집은 끝이 없었다.
두어 번 더 타박이 이어지자 그녀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저는 다 먹었어요. 천천히 드세요.”
자리를 뜨려는 순간, 김미정이 가사도우미를 힐끗 보았다. 곧 뜨끈한 한약 한 그릇이 눈앞에 내려앉았다.
“가연아, 네 건강 생각해서 특별히 달인 약이야. 뜨거울 때 마셔.”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거절을 허락하지 않는 힘이 있었다.
그릇에서 올라오는 쌉싸래한 냄새에 심가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어릴 때부터 한약 냄새만 맡아도 울렁거렸기 때문이다.
“무슨 약인가요?”
“몸에 좋은 거지. 망설이지 말고 마셔.”
“저 요즘 괜찮아요. 굳이 안 마셔도 될 것 같은데요...”
순간, 김미정의 표정이 굳었다.
“몸 챙기라는 거야.”
잠시 말을 끊더니 시선을 구진성 쪽으로 흘렸다가 다시 낮게 찔러 넣듯 말했다.
“몸부터 바로잡아야 애가 생기지.”
식탁 공기가 순식간에 얼었다. 심가연은 본능적으로 임준석을 봤지만 그는 못 들은 척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때까지 말이 없던 구진성이 입을 열었다.
“한약은 누구한테나 쉽지 않아요. 싫어하면 억지로 권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예상 못 한 개입에 김미정이 잠깐 멈칫하더니 억지웃음을 띠었다.
“구 대표님, 쓰긴 해도 여자 몸에는 꼭 필요해요. 저도 며느리 생각해서 그러는 거예요. 결혼한 지가 벌써 몇 년인데 아직도...”
심가연이 재빨리 말을 잘랐다. 더 길어지면 눈치채는 사람이 생길 수 있었다. 억지 미소를 띠며 그릇을 들었다.
“알겠어요. 마실게요.”
쓴물이 목을 긁듯 내려갔다. 속이 타들어가는 듯했지만 끝까지 삼켰다. 그리고 표정까지 다듬어 말했다.
“고마워요, 어머님.”
주제를 끊어야 했다. 그래야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