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안방.
도은아는 억지로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구재호의 이불을 살짝 덮어 주고 창가에 서 있는 구진성을 돌아봤다.
“진성 오빠, 할아버지께서 잡아 주신 결혼 날짜... 너무 빠르다고 생각 안 해요?”
구진성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다른 손으론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표정은 무심했고 대답도 없었다.
도은아가 조심스레 다가와 팔을 끼려 하자 그는 자연스럽게 몸을 비켜 피했다.
“결혼은 서두를 필요 없어.”
차갑고 짧은 대답이었다.
순간 도은아의 웃음이 굳었지만 곧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할아버지께서...”
“할아버지께는 내가 말씀드릴게.”
구진성이 단호히 말을 잘랐다. 이어 아기를 바라보며 낮게 덧붙였다.
“재호 막 잠들었어. 너는 들어가 쉬어.”
도은아는 속으로 분노를 삼켰지만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물러났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그의 마음까지 붙잡고 말리라 다짐했다.
다음 날 아침.
심가연은 일찍 일어나 구재호의 미음을 준비했다. 아이 울음이 들리자 그릇을 들고 2층으로 서둘러 올라가다 계단 모퉁이에서 막 출근하려는 구진성과 마주쳤다.
“좋은 아침이에요.”
그녀가 공손히 인사하며 비켜섰지만 그는 흘끗 보기만 하고 대꾸 없이 곧장 내려갔다.
뒷모습을 잠시 바라본 심가연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 안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문이 열리더니 얇은 슬립 차림의 도은아가 하품을 하며 나왔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어젯밤, 이 방에서...
심가연은 표정을 다잡고 말했다.
“도은아 씨, 미음 가져왔어요.”
새엄마가 될 사람이라면 직접 챙기고 싶어 할 거라 생각했지만 도은아는 태연하게 길을 비켜 주며 말했다.
“심가연 씨가 엄마잖아요. 직접 먹여요.”
툭 던지고 돌아서는 뒷모습을 심가연은 잠시 바라보다, 다시 울음을 터뜨리는 구재호에게 급히 들어갔다.
며칠 뒤.
도은아는 ‘재호 돌보는 법을 배우겠다’며 날마다 저택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건 보여 주기뿐이었다.
구진성이 있을 때는 살갑게 굴며 아이를 안고 직접 만든 디저트를 내밀었지만 그가 외출하면 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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