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그 말에 심가연은 놀라 고개를 들었다가 곧 미간을 좁혔다. 그러나 도은아가 날카롭게 보내온 경고의 눈빛을 마주치자, 끝내 입술을 세게 깨물고 억울함을 삼켰다. 그녀가 입을 다물자 구진성의 분노는 더 치솟았다. 그는 몸을 숙여 구재호를 번쩍 안아 들며 차갑게 내뱉었다. “다음에도 이러면 그만두세요.” “엄마...” 뜻밖의 품 이동에 놀란 구재호가 아버지 어깨에 매달린 채 작은 손을 뻗었다. 흐릿한 발음으로 불러낸 그 한마디가 오히려 구진성의 화를 더 돋웠다. “아이참, 오빠 왜 이렇게까지 화내요.” 도은아가 흘긋 심가연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더니, 걱정하는 척 다가와 그의 팔을 슬며시 끼었다. “재호를 제가 맡기엔 아직 서툴러서요. 심가연 씨한테 부탁한 거예요. 곧 제가 재호의 엄마가 될 텐데, 미리 배우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 손길을 내려다보던 구진성은 잠시 망설였지만 끝내 뿌리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심가연의 가슴은 칼로 그은 듯 저려 왔다. 오해는 자신에게로, ‘새엄마’ 자리엔 저 여자가 앉게 될 터였다. 얼마나 더 이 저택에 머물 수 있을까. 구진성이 당장 내치지 않는다 해도, 도은아가 가만있을 리 없었다. 지금 그녀에게 남은 건 하루라도 아들과 함께할 시간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구씨 가문 별장. 심가연은 식탁에서 구재호에게 미음을 먹이고 있었다. 그때 정장을 차려입은 직원들이 대문으로 들어섰다. 정성껏 포장한 상자들을 품에 가득 안고서였다. 선두에 선 점장은 공손한 미소로 직접 배달을 온 듯했다. 거실 한가운데, 흰 원피스를 입은 도은아가 다리를 꼬고 앉아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도은아 씨, 구 대표님과의 약혼을 미리 축하드립니다.” 점장이 반갑게 인사하며 상자를 내려놓았다. “대표님께서 직접 고르신 맞춤 드레스와 주얼리입니다. 확인해 보시죠.” 쏟아지듯 펼쳐진 고급 드레스와 보석에 주민아도 눈을 크게 떴다. “도은아 씨, 이게 예물 중 일부인가요?” 도은아는 얌전하게 웃으면서도 곁눈질로 심가연을 스쳤다. “아니에요. 오늘 밤 오빠랑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