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구씨 가문 별장에는 가사도우미가 넘쳐났다. 베이비시터에게까지 차 심부름을 시킬 이유는 없었다. 누가 봐도 도은아가 일부러 심가연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왜요, 못 하겠어요?”
옆에 있던 주민아가 비아냥대듯 끼어들었다.
“여기선 다들 월급 받고 일하는데, 혹시라도 안주인인 줄 아는 건 아니죠?”
심가연은 피곤했다. 수도 없이 받아 온 눈총과 핀잔이 떠올라, 더는 말 섞고 싶지 않았다.
눈치 빠른 점장은 즉시 분위기를 읽었다. 도은아와 주민아가 내뱉는 멸시가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안주인이 가사도우미 부리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는 심가연의 수수한 차림을 위아래로 훑으며 비꼬았다.
“주인 말도 안 듣고 버티다니, 자신을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보네요.”
팽팽한 공기에 긴장했는지, 품에 안긴 구재호가 몸을 잔뜩 웅크렸다. 아이가 더 불안해지길 원치 않은 심가연은 결국 장영숙에게 아이를 맡기고 직접 차를 준비하러 갔다.
잠시 뒤, 쟁반에 찻잔을 들고 돌아오자 점장은 마침 도은아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고 있었다.
그 순간 심가연의 손이 떨려 찻잔이 미끄러질 뻔했다. 숨이 턱 막혔다.
무지갯빛 날개 목걸이.
열여덟 번째 생일, 어머니가 직접 디자인해 세상에 하나뿐이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2년 전, 심국종이 집안이 기울자 그 목걸이를 훔쳐 헐값에 팔아넘겼다. 결국 국내 대형 경매에서 재벌가가 비싼 값에 낙찰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왜, 넋 나갔어요?”
도은아는 핑크 다이아를 손끝으로 천천히 쓰다듬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건 진성 오빠가 내게 직접 준 거예요. 아까도 들었죠? 앞으로 구씨 가문의 안주인에게 줄 선물이라고.”
심가연의 목이 바짝 메었다.
구진성이 모를 리 없었다. 이 목걸이가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이라는 걸. 그런데도 다른 여자의 목에 걸어 줬단 말인가.
점장은 한술 더 떴다.
“듣자 하니, 고인이 된 심씨 가문 여사님이 따님 생일에 맞춰 만든 작품이라더군요. 결국 아버지가 팔아넘겼다지만, 이렇게까지 빛나려면 역시 착용자가 받쳐줘야죠.”
심가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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