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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옆방에서 구진성이 했던 행동만 생각하면 심가연은 부끄러우면서도 화가 나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남편 몰래 저한테 무례한 짓을 했는데 당연히 사과해야죠.” 그녀가 빨개진 얼굴로 이 말을 하자 구진성은 그저 가소롭기만 했다. “가연 씨, 우리 집 보육사로 지원한 이유가 대체 뭐예요?” 심가연은 입술을 깨물고 옷자락을 꽉 움켜쥔 채 일그러진 얼굴로 구진성을 쳐다봤다.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돈이 부족하다고 했죠? 임씨 가문의 안주인인데 왜 돈이 없어요?”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심가연은 저도 모르게 두 걸음 물러섰다. “임준석을 도우려고 지원한 거 맞죠?” 이건 질문이 아니라 질책이었다. 구진성의 눈빛에 심가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남편을 위해서라면 정말 뭐든지 다 하네요.” 그녀의 침묵을 구진성은 인정으로 받아들였다. 목소리가 더 차가워졌고 눈빛에도 분노가 가득했다. 심가연은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화가 단단히 났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대표님, 무슨 말씀인지 도통 모르겠네요.” 구진성은 그녀를 향해 차갑게 코웃음을 치고는 베란다 너머 반짝이는 강 풍경을 쳐다봤다. “가연 씨,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아요. 내 눈에 가연 씨는 지금 그저 돈이라면 뭐든지 다 하는 형편없는 여자일 뿐이니까.” 강을 쳐다보는 그의 눈빛이 냉혹하기 그지없었다. 구진성의 동정과 신뢰를 얻어 구씨 가문에 남은 건 임준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심가연이 한 모든 건 다 임준석을 위해서야.’ “내 마음속의 심가연 씨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어요.” 그의 얼음 같은 검은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심가연은 심장이 수많은 화살에 찔린 듯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멀어져가는 구진성의 뒷모습을 보면서 가슴을 부여잡았다. 눈물이 저도 모르게 왈칵 쏟아졌다. 그 후 구진성은 매일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 늦게 돌아왔고 심가연도 구재호를 정성껏 돌봤다. 몇 달 전 수술을 받은 구재호는 그녀의 보살핌 덕에 혈색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날 심가연이 주방에서 구재호의 쌀미음을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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