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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말을 마치고 난 그녀는 몸을 돌려 계단을 올라가 방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이른 아침, 날이 막 밝을 무렵, 정다은의 휴대폰 화면이 밝아지며 오래 기다리던 문자가 도착했다. 그녀의 해외 비자가 마침내 통과된 것이었다. 그녀는 미리 싸둔 여행 가방을 손에 들고 주저 없이 문을 열었다.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키 크고 준수한 김현석이 혼례 행렬을 이끌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정하나의 요구로 이번에는 고전 결혼식을 치르기로 했는데, 그녀는 화려한 한복을 입고 면사포를 쓴 채 들러리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김현석은 면사포 아래 얼굴을 볼 수 없었기에 당연히 정다은인 줄 알았다. 그는 다가가 신부의 손을 잡았다. 아마 오늘 결혼해서인지 평소 차가운 어조가 드물게 부드러워졌다. “얌전히 있어. 무서워하지 말고. 내가 있잖아.” 정다은은 계단의 그늘진 곳에 서서 이 장면을 조용히 바라보며 마음이 평온하기만 했다. ‘김현석, 엄격하게 자기관리 하는 재벌 후계자에게는 온화하고 예의 바른 집안의 규수나 어울리는 법이지. 네가 면사포를 열고 신부가 바뀐 것을 발견하는 순간 분명 매우 기뻐할 거야. 이건 내가 네게 주는 큰 선물이야. 고맙다는 말은 필요 없어.’ 김현석이 무사히 신부를 데려갔고, 정해성과 한지민도 기쁨에 가득 차 결혼식 현장을 따라간 후 별장 전체는 완전히 고요해졌다. 정다은은 여행 가방을 들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문을 나섰다. 그녀는 택시를 잡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가씨, 어디로 가요?” 기사가 열정적으로 물었다. 정다은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리모컨을 꺼내더니 창밖 새벽빛 속에서 특히 화려해 보이는 그 별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한때 그녀의 어머니가 직접 설계한 집이었다. 안타깝게도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이곳은 이미 아버지, 후처 그리고 서생녀에 의해 더럽혀졌다. 그녀에게는 역겨운 감옥이 되어버린 곳이었다. 그녀는 눈빛이 차가워진 채 주저 없이 리모컨의 빨간 버튼을 눌렀다. 펑! 먼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들려오더니 별장 주변에 묻은 폭파약이 동시에 폭발하며 거대한 화구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연기가 피어올라 그녀의 수많은 고통스러운 기억이 담긴 건물을 순식간에 삼켰고, 뜨거운 열기 늪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택시도 미세하게 진동했다. 기사는 이 갑작스러운 폭발에 혼비백산하여 핸들을 꽉 잡은 채 얼굴이 새파래져 말을 더듬었다. “아가씨, 저, 저기는 아가씨 집이죠? 폭, 폭파한 거 아니에요?” 정다은은 평온하게 시선을 거두고 안전벨트를 매며, 마치 오늘 날씨가 참 좋다는 말을 하듯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네, 제가 터뜨렸어요. 우리 엄마가 직접 설계한 집을 아빠가 내연녀와 남의 자식을 키우는 데 썼으니 제가 역겨워서 터뜨려버렸어요.” 그녀는 입이 딱 벌어진 채 멍해 있는 기사를 바라보며 분명하게 말했다. “공항으로 가요.” 기사는 백미러에 비친 화려하지만 지나치게 차가운 얼굴을 보고, 또 멀리서 타오르는 잔해를 바라보다가 침을 꿀꺽 삼키며 믿기 어렵다는 눈빛과 희미한 존경심을 담았다. “네, 알겠습니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액셀을 밟아 공항 방향으로 질주해 갔다. 차창 밖으로는 끊임없이 뒤로 물러나는 도시의 풍경과 점점 더 멀어지며 하늘 절반을 붉게 물들이는 불빛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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