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차창이 내려오자 김현석의 차갑고 수척한 옆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지도 않고 앞 좌석의 경호원에게 단 한 마디를 내뱉었다.
“끌어내.”
경호원은 차에서 내려 울부짖는 정하나를 거칠게 차 옆에서 끌어냈다.
차가 굉음을 내며 떠났다.
백미러로 바닥에 주저앉아 절망적으로 우는 정하나의 모습이 보였다.
김현석은 눈을 감았다.
마음속에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고 오직 차가운 황무지만이 있었다.
그는 지금 정다은만 찾고 싶었다.
다른 누구도 어떤 일도 그와는 상관없었다.
밤은 또 다른 고통이 되었다.
그는 불면증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엄청난 양의 술에 의존해야 간신히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일단 잠이 들면 끝없는 악몽의 순환이 이어졌다.
꿈속에서 그는 정다은이 물에 빠졌을 때의 창백하고 절망적인 얼굴, 그녀가 감금되었을 때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던 모습과 폭발 당시 치솟던 불길을 보았다.
매번 그는 달려가 그녀를 구하고 싶었지만 언제나 보이지 않는 장벽에 막혀 그녀가 삼켜지는 것을 눈 뜨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그는 극도의 공포 속에서 심장이 아파지는 걸 느끼며 잠에서 깼다.
그는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진정했다.
그는 음울하고 쉽게 짜증을 내는 사람이 되었다.
회사 안에서는 모두가 위태로움을 느꼈다.
한때 엄격하고 자기 통제가 철저했던 김현석은 정다은의 떠남과 함께 영혼마저 함께 죽어버린 듯했다.
이날,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하는 비즈니스 연회가 있었다.
김현석은 어머니로부터 억지로라도 참석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녀는 아들이 기분 전환이라도 하길 바랐다.
김씨 가문 누구도 그 황당한 정다은이 떠난 뒤 가문에서 가장 뛰어난 후계자의 영혼까지 데려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값비싼 맞춤 양복을 입고 있었지만 얼굴의 수척함과 지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와인잔을 들고 구석에 선 채 주변의 흥겨운 술자리와 어울리지 못하고 텅 빈 눈으로 춤추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몽롱한 상태에서 그는 익숙한 뒷모습을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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