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이런 수군거림은 바늘처럼 김현석의 신경을 찔렀지만 그는 지금 아무것도 신경 쓸 수 없었다.
그의 눈에는 오직 정다은의 냉담한 얼굴만 보였다.
“아니야. 다은아, 그 결혼식은 무효야. 나는 인정하지 않았어.”
“다은아... 내가 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 너를 그 규칙으로 얽어매지 말았어야 했어. 너를 믿어줬어야 했어. 정하나 편을 들지 말았어야 했어. 후회해. 그러니 제발... 나와 함께 돌아가자. 이제 더는 가훈은 없어. 하고 싶은 대로 해.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가. 뭐든지 네 뜻대로 할게. 제발... 나를 떠나지 마... 나는 너 없이는 안 돼...”
과거 고귀하고 오만했던 김씨 가문의 가주가 지금 이국 공항 모든 사람의 앞에서, 먼지처럼 비굴하게 한 여자를 붙잡고 그녀에게 돌아가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이 장면은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을 충격에 빠뜨렸다.
정다은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그의 붉어진 눈가, 횡설수설하는 후회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살짝 건드려지는 듯했지만 곧이어 더 깊은 한기와 결연함이 솟아올랐다.
너무 늦었다.
지금 그의 고통과 애원이 그녀가 예전에 겪었던 절망에 비하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힘을 주어 자신의 옷자락을 꽉 잡은 그의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냈다.
“김현석 씨.”
그녀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주변의 소음을 뚫고 칼처럼 차갑게 그의 귀에 들어왔다.
“현석 씨의 후회는 너무 늦었어요. 그리고 저는 필요 없어요.”
그녀는 그의 마지막 손가락을 떼어내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와 거리를 두며 마치 더러운 것을 피하듯 했다.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어요. 현석 씨가 정하나를 믿고, 정하나를 위해 저를 여러 번 벌하기로 선택한 그 순간부터 완전히 끝났어요. 제발 다시는 제 앞에 나타나지 말아요. 현석 씨의 깊은 사랑과 후회 모두 저는... 역겨워요.”
역겹다는 한마디는 마지막 판결처럼 김현석의 심장에 박혔다.
그는 갑자기 고개를 들고 믿을 수 없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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