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정다은은 바닥에서 뒹구는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차가웠고 전혀 두려움이 없이 오직 혐오감만이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의 칩 카드를 집어 들며 이 시끄러운 장소를 벗어나려 했다.
그때, 아주 매력적인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희롱이 섞인 채 나른하게 울려 퍼졌다.
타고난 우월감과 통제력을 담은 목소리였다.
“내 구역에서 내 사람이랑 엮이다니. 찰스, 어젯밤 술이 덜 깬 거야? 아니면 살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거야?”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길을 텄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셔츠 단추 세 개를 풀어헤쳐 정교한 쇄골을 드러낸 젊은 남자가 입에 불붙이지 않은 시가를 물고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나른하고 오만한 걸음으로 걸어왔다.
그는 매우 잘생긴 혼혈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짙은 이목구비로 무심하게 현장을 훑어보던 그의 눈빛은 마침내 정다은에게 닿았다.
그의 두 눈에 놀라움과 의아함이 스쳐 지나갔다.
박지훈이었다.
그는 비명을 지르는 찰스 레온 앞에 서서 반짝이는 구두 끝으로 그를 가볍게 찼다.
그러고는 경박하지만 의심의 여지 없는 압박감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꺼져. 나가서 징징거려. 다시 이 여자한테 접근하는 걸 보면...”
그는 정다은을 가리키며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음엔 다리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부러뜨릴 거야.”
찰스 레온은 박지훈을 보자 마치 고양이를 본 쥐처럼 겁에 질려 기다시피 도망쳤다.
말도 못 하고 동료들의 부축을 받으며 비참하게 말이다.
박지훈은 그제야 몸을 돌려 시선을 정다은에게 고정했다.
그는 거리낌 없이 다가가더니 매우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정다은의 가냘픈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며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연인인 듯 다정한 자세를 취했다.
정다은은 몸이 순간적으로 팽팽해진 채 자기도 모르게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이는 박지훈의 팔은 거부할 수 없는 힘을 담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귀에 가까이 다가갔다.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귓가를 스쳤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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