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정다은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박지훈의 옆모습은 밤의 어두움 속에서 부드럽게 보였다.
그는 정면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아주 오래전, 신해 경마장에서 널 봤지. 그때 네 나이가 몇 살이었더라? 열일곱? 열여덟? 아버지랑 그 여동생이랑 같이 갔었잖아. 네 동생이 일부러 널 망신 주려고 했었는데 네가 어떻게 했던지 기억나?”
그는 낮은 웃음을 터뜨리며 회상에 잠겼다.
“그대로 말을 타고 장애물을 뛰어넘어서 널 깔보던 놈을 이기고 말 위에 올라서 얼마나 거만하게 웃었어. 넌 진짜 아주 예뻤다고. 그때 난 생각했지. 이 여자 매력적이라고 말이야!”
정다은은 망연자실했다.
그것은 그녀 자신도 거의 잊고 있었던 것인데 누군가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니.
그것도 이런 방식으로 기억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안타깝지.”
박지훈이 아쉬운 듯 탄식했다.
“그때 넌 김현석 그 위선적인 놈만 바라봤잖아. 나 비록 좀 놀았어도 억지로 되는 일은 없다는 걸 알아. 그래서 귀찮게 굴지 않았지.”
그의 말은 정다은의 마음에 호수에 조약돌을 던진 것처럼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녀조차 잊고 싶었던 구석에서, 그녀의 진정한 모습을 그렇게 지켜봐 준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의 감정은 어느새 조용히 깊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정다은이 박지훈에 관한 생각을 진지하게 바꾸게 된 계기는 예상치 못한 사고였다.
산에서 오프로드 바이크를 타던 중, 내려오는 길에 해가 지고 노면이 미끄러웠다.
정다은의 속도가 조금 빨랐고, 급격한 커브 길에서 타이어가 미끄러지며 그녀와 바이크가 함께 길가의 가파른 경사면으로 굴러떨어질 뻔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 뒤를 따르던 박지훈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속력을 내 그녀의 바이크를 자신의 바이크로 거칠게 들이받아 방향을 틀어주었다.
그리고 그는 엄청난 관성으로 바이크와 함께 경사면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정다은은 급히 멈춰 서서 황급히 내려갔다.
바이크에 깔려 온몸이 다치고 이마에서 피가 흐르는 박지훈을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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