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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아래층에서는 즉시 혼란스러운 비명과 소란이 들려왔다. 정다은은 발코니 가장자리에 서서, 아래층에 순식간에 모여든 사람들과 잔디밭에 쓰러져 생사조차 불분명한 정하나를 냉담하게 바라보았지만 마음에는 아무런 동요도 일지 않았다. 그녀는 조금 흐트러진 치맛자락과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나서 난간에 걸쳐두었던 숄을 집어 들었다. 태연하게 몸을 돌려 재수 없는 이곳을 떠나려 했지만 그녀가 대문을 나서자마자 누군가 뒤에서 손목을 거칠게 잡았다. 고개를 돌린 그녀는 분노와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뒤섞인 깊은 눈빛과 마주쳤다. 그는 분명 급하게 달려온 듯 숨이 아직 거칠었다. 시선은 그녀에게 고정된 채, 목소리가 마치 얼음 창고에서 꺼내온 듯 차가웠다. “히니가 테라스에서 떨어졌는데... 네 짓이야?” 정다은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태연하게 시인했다. “네, 그래서요?” 김현석의 얼굴이 순식간에 끔찍하게 음침해졌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가 소용돌이쳤다. “너더러 네 여동생한테서 규율을 배우라고 했는데 겨우 이렇게 배운 거야? 법도도 모르고! 나랑 같이 돌아가서 하나에게 사과해!” “사과요?” 정다은은 웃기는 소리를 들은 듯 말했다. “그년 자업자득인데 제가 사과하라고요? 다음 생에나 기대해 봐요!” “정다은, 너 정말 구제 불능이구나!” 김현석은 더는 그녀와 말씨름하지 않고 뒤에 있던 경호원들에게 직접 명령했다. “사과할 생각이 없다면 좀 혼나야겠군! 당장 저쪽에 있는 연못에 던져버려! 내 허락 없이는 나오지 못하게 해! 파티가 끝날 때까지!” “김현석 씨! 김현석 씨가 뭔데 절 건드려요!” 정다은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김현석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는데 그 힘이 너무 강해 그녀는 뼈가 으스러질 듯 아팠다. 그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며 한 마디 한 마디 말했다. “내 약혼자이기 때문이야! 네가 하나를 죽일 뻔했다는 걸 몰라? 내가 벌주지 않으면 네 아버지가 더 심하게 벌하실 거야. 넌 꼭 혼나긴 해야 해. 다시는 이렇게 함부로 굴지 마!” “김현석 씨가 무슨 약혼자예요! 우리는 이미...” 정다은은 약혼이 바뀌었다는 진실을 외치려 했지만 경호원들이 이미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격렬한 욕설과 저항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거칠게 연못에 던져버렸다. 초봄의 밤, 연못 물은 뼛속까지 시렸다. 정다은은 물 몇 모금을 삼키고 비참하게 수면 위로 떠 올라 기어 나오려 했다. 하지만 그녀가 간신히 연못 가장을 붙잡자 지키고 있던 경호원이 무자비하게 그녀를 다시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는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몇 번이고 무자비하게 물속으로 다시 밀려 들어갔다. “김현석! 이 망할 놈! 올려줘!” 정다은은 목이 터지라 욕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또다시 물속으로 밀려 들어가는 질식감뿐이었다. 반복되는 저항은 그녀의 체력을 모두 소진했다. 추위로 인해 그녀의 몸은 점차 마비되었다. 그녀는 갑자기 아랫배에서 익숙한 통증을 느꼈다... 그녀는 생리 중이었다. 선명한 붉은 피가 순식간에 그녀의 몸 아래에서 흘러나왔고, 맑은 연못 물이 보기 흉측한 붉은색으로 번져나가 연못의 절반을 물들였다. 정다은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추위 때문만이 아니라 고통 때문이기도 했다. 의식이 흐릿해진 사이 그녀는 희미하게 경호원이 전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김현석에게 말하는 듯했다. “김 대표님, 정다은 씨가... 생리중인 것 같아요. 피를 많이 흘리고 있어요... 계속 진행할까요?” 전화 너머에서는 몇 초간의 침묵이 흐른 후 김현석의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가 물소리를 뚫고 그녀의 귀에 명확하게 들려왔다. “계속해.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정신을 못 차릴 거야.” ‘정신을 못 차린다고?’ 그의 눈에 그녀의 모든 저항, 그녀의 모든 고통, 그녀의 모든 이유는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그는 단지 그녀가 규칙을 지키고 잘못을 뉘우치기를 바랄 뿐이었다. 차가운 연못 물은 순식간에 뜨거운 용암으로 변한 듯 그녀의 피부와 심장을 태웠다. 몸의 고통보다 천 배는 더한 절망이 이 연못 물처럼 그녀를 완전히 삼켜버렸다. 눈물이 연못 물과 섞여 말없이 흘러내렸다. 마침내 더는 버틸 수 없게 된 그녀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완전히 의식을 잃고 붉게 물든 물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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