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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정다은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콧속에 소독약 특유의 냄새가 감돌았다. 그녀는 눈을 뜨고 자신이 병원 침대에 누워 있음을 발견했다. 손이 잡혀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고개를 돌렸고 침대 옆에 앉아 있는 김현석을 보았다. 그는 그녀의 한 손을 잡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눈 밑에는 옅은 다크서클이 있었다. 그는 움직임을 감지한 듯 눈을 떴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손을 놓자 그의 눈빛에 담긴 피로감과 일종의 걱정스러운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늘 그랬듯이 차갑고 절제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네 아버지께는 이미 가서 사죄했어.” 그는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더는 너를 곤란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 하지만 정다은, 너도 약속해. 앞으로 하나를 더는 다치게 하지 마. 어쨌거나 네 여동생이잖아.” “누구한테 가서 사죄했다는 거예요?” 그녀는 목소리가 쉰 채 조롱 조로 말했다. “그리고, 숨기고 싶은 사생아가 제 여동생이라고요? 옛날 같으면 사생아 신분으로 제 신발조차 들 자격이 없었어요!” 김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다. 그때, 병실 문이 가볍게 열리며 간호사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김 대표님, 옆 병실의 정하나 양이 감정적으로 불안정해서 계속 대표님을 부르고 있어요.” 김현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흐트러짐 없는 소맷단을 정리하며 정다은에게 말했다. “하나 좀 보고 올게. 하나는 너 때문에 다친 거야. 나는 네 약혼자로서 정으로나 의리로나 당연히 가서 문안하고 위로해야지.” 정다은은 입꼬리를 씰룩이며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빨리 가봐요. 하나가 김현석 씨의 진짜 약혼자잖아요.” 김현석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정다은은 반복하고 싶지 않아 이불을 잡아당겨 머리까지 덮고 말없이 소통을 거부했다. 김현석은 말을 듣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미간을 누르더니 결국 뒤돌아 간호사를 따라 병실을 나섰다. 그 후 며칠 동안, 정다은은 병원에서 요양했다. 그녀는 약을 갈아주고 회진을 오는 간호사들 입에서 김현석과 정하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들을 수 있었다. “김 대표님이 정하나 씨한테 정말 신경 쓰시나 봐요. 매일 같이 곁에 계신대요.” “그러게요. 정하나 씨가 쓴맛을 싫어한다고 해서 김 대표님이 특별히 수입 꿀도 보내주셨다는 소문도 있어요.” “맞아요. 김 대표님과 정하나 씨가 함께 서 있으면 정말 금실 좋은 한 쌍처럼 보여요...” 그들은 모두 온화하고 예의 바른 정하나를 김현석의 진짜 약혼녀로 여기는 듯했다. 정다은은 그것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아무런 동요도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녀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길 바랐다. 퇴원하는 날, 김현석이 왔다. 그는 간호사가 건네는 퇴원 서류를 받아 들고 침대에 기대 휴대폰을 만지고 있는 정다은에게 말했다. “정리해.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 “윤씨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정다은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 김현석은 표정이 굳어진 채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정다은, 어리광부리지 마.” 그는 더는 그녀에게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고 곧바로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힘은 크지 않았지만 강한 통제력이 느껴지는 손길이었다. 그는 그녀를 침대에서 일으켜 세우더니 반쯤 부축하며 끌고 병실 밖으로 나와 차에 태웠다. 차는 정씨 가문 별장으로 돌아왔다. 정다은은 김현석의 손을 뿌리치고 곧장 계단을 올라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그녀의 피가 차갑게 식는 듯했다. 정하나가 그녀의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을 보며 찬란하게 빛나는 파란 보석 목걸이를 매만지고 있었다. 그것은 정다은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남긴 유일한 유품이었다. “누가 내 물건 만지라고 허락했어?” 정다은의 목소리는 얼음으로 뒤덮인 듯했다. “내려놓고 당장 나가!” 정하나는 갑자기 나타난 그녀에게 놀랐지만 곧 의기양양한 미소를 띠더니 목걸이를 내려놓기는커녕 오히려 손가락 끝을 살랑 흔들며 말했다. “네 거라고? 정다은, 이 집의 모든 것은 조만간 내 것이 될 거야!” “지난번 계단에서 차이고도 아직 정신을 덜 차린 거야?” 정다은은 한 걸음씩 다가서며 위험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건 내가 방심해서였어!” 정하나는 배짱 좋게 콧방귀를 뀌었다. “이번에도 내가 널 무서워할 거로 생각했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순간 그녀는 화장대 위에 있던 고풍스러운 꽃병을 집어 들고 바닥에 세게 던지고, 동시에 자신도 그 파편들 옆에 쓰러져 비명을 질렀다. “악!” 굉음에 즉시 정해성과 한지민이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정해성은 뛰어 들어왔다가 바닥의 난장판과 조각들 사이에 앉아 흐느끼는 정하나를 보고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정하나는 즉시 눈물을 닦고 정다은을 가리키며 불쌍한 표정으로 서럽게 울었다. “아빠... 저는 그냥... 그냥 언니 목걸이를 보고 싶었을 뿐인데... 언니가... 저를 밀었어요...” “정다은!” 정해성은 크게 분노했다. 그는 정다은이 설명하기도 전에 앞으로 나서서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 방 안에는 날카로운 뺨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다은의 뺨은 순식간에 붉게 부어올랐고 불에 타는 듯 아팠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입 안쪽이 터져 스며 나오는 피를 핥았다. 그녀는 울기는커녕 오히려 낮게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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