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화

“도망가? 그렇게는 안 돼.” 연시윤이 이를 갈며 말하더니 임다영의 저항 따위는 무시한 채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병원 밖으로 향했다. 임다영은 혼이 쏙 빠질 만큼 겁에 질렸다. 함부로 몸부림치다가는 바닥에 떨어져 배 속의 아이가 다칠까 두려웠다. 의사가 말했듯, 더 큰 충격을 받으면 아이를 지킬 수 없을지도 몰랐다. “뭐 하는 거예요? 연시윤 씨, 나 내려놔요!” 연시윤은 그녀를 차 안에 내던지듯 앉히고는 차갑게 내뱉었다. “임다영, 평소에 널 너무 봐줬더니 감히 이렇게 몇 번이고 날 우롱해? 좋아, 아주 좋아.” 말이 끝나자 그는 액셀을 힘껏 밟았다. 차는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미친 듯이 달렸다. 임다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내가 시윤 씨를 우롱했다고요? 애초에 우리는 아무 사이 아니라고 시윤 씨가 직접 말했잖아요! 그런데 내가 왜 친구도 못 만나요?” 그러나 연시윤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혼자였다면 이렇게까지 두렵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아이를 품고 있었다. 그가 무슨 짓을 저질러 아이까지 다치게 될까 두려움에 몸이 떨렸다. 임다영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게 그렇게 싫으면 앞으로는 안 만나면 되잖아요. 제발, 시윤 씨. 부탁이에요, 날 여기서 내려줘요...” 애원하는 목소리가 오히려 연시윤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이렇게 고개 숙이고 비는 건 다 연기일 것이었다. 전부 그 남자를 위해서 하는 연기 말이다. 목이라도 졸라버리고 싶은 충동이 치밀었지만 그는 가까스로 마지막 이성을 붙잡았다. 차는 광기 어린 속도로 질주했다. 임다영은 두 손으로 배를 꼭 감싸 안은 채 눈물을 흘렸다. ‘오늘에서야 배 속에 아이가 있다는 걸 알았는데... 앞으로는 아이와 함께 조용히 살 수 있으리라 꿈꿨는데... 그 꿈은 이제 산산조각 나는 걸까?’ 마침내 차가 서서히 멈췄다. 눈이 벌겋게 충혈된 임다영은 창밖을 보았다. 거기에는 다름 아닌 예전의 그 별장이 있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며 외쳤다. “시윤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