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6화
만약 뱃속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임다영은 진작에 버티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발길을 돌려 이곳을 떠나려던 순간, 갑자기 손목이 거칠게 붙잡혔다.
임다영은 깜짝 놀라 경계하며 손에 쥔 칼을 번쩍 들었다.
“누구야...”
“나야.”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임다영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고 손에 쥔 칼은 단단히 제압당했다.
“임다영, 이게 뭐 하는 짓이지? 네 남편을 찌르겠다는 거야?”
연시윤의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가 가슴을 찔렀다.
그 얼굴을 바라본 임다영은 착각이라도 한 듯 멍하니 중얼거렸다.
“시윤 씨? 당신이 왜 여기 있어요?”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돼?”
연시윤이 미간을 좁히며 되물었다.
임다영은 순간 눈앞의 인물이 가짜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
“지금쯤이면 연회장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오늘 낮의 기자회견은 성대했고 저녁 연회에도 수많은 인사들이 초대되어 있었다.
‘이 시각의 연시윤은 백유리와 함께 있어야 정상인데 왜 여기 나타난 걸까.’
연시윤은 임다영 손에 들린 칼을 빼앗아 쓰레기통에 내던졌다.
“따라와. 호텔에 데려다줄게.”
그제야 임다영은 자신이 연시윤의 말대로 움직이지 않았기에 직접 찾으러 온 거라는 걸 깨달았다.
임다영은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차에 올랐다.
뒷좌석에 얌전히 앉아 있는 임다영을 힐끗 바라본 연시윤은 묘한 불편함이 가라앉는 걸 느꼈다.
정작 자신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더 중요한 일이 산더미처럼 기다리고 있는데 임다영이 전화를 끊고 답장조차 하지 않자 견딜 수 없이 불안해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
이제야 겨우 안심이 되었다.
“내일부터 경호원 둘을 붙일 거야. 다시는 함부로 밖에 돌아다니지 마.”
연시윤의 말투는 여전히 절대적인 아우라가 묻어났다.
하지만 임다영은 그 안에서 따뜻함을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를 못 믿으니까 감시까지 하겠다는 거군요?”
연시윤은 차갑게 받아쳤다.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없어.”
“제가 원하지 않으면요?”
임다영은 눈을 들며 되물었다.
이미 모든 걸 잃은 자신에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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