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1화

호텔 최상층 펜트하우스, 킹사이즈 침대 위는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연시윤의 얼굴은 조각처럼 매섭고, 눈빛에는 서늘한 살기가 번뜩였다. 그는 임다영의 가느다란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가 그대로 뿌리쳤다. “감히 날 속여?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아... 아파!” 임다영의 하얀 피부 위로 붉은 손자국이 또렷하게 번졌고 굵은 눈물이 잇따라 떨어졌다. 그녀는 숨이 막히는 긴장과 공포가 온몸을 조여왔다. 연시윤은 문주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 피도 눈물도 없는 남자로 불렸다. 그의 눈 밖에 난 순간,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말은 괜한 소문이 아니었다. 그날 밤, 임다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스스로 찾아갔다. 그 침대를 택한 건 단지 한 남자를 흔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자신을 짓밟아온 임씨 가문 전체를 무너뜨리기 위해서였다. 숨이 가쁘고 심장이 거세게 뛰었지만, 다리가 풀려도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떨리는 손끝으로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냈다. 연시윤은 스무 해 넘게 어떤 여자에게도 흥미를 느껴본 적 없었다. 여자에게는 오히려 혐오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고 그 냉담함이 병 때문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하지만 임다영의 대담한 도발 앞에서 그는 처음으로 알 수 없는 열기에 휩싸였다. 그의 입꼬리가 천천히 말려 올라갔다. “내 침대에 기어오르고 싶어? 좋아. 오늘 밤, 네 뜻대로 해주지.” 셔츠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임다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상하다... 지금쯤이면 정신이 아득해져야 하는데, 왜 이렇게 힘이 남아 있지...’ 미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그녀의 뽀얀 어깨를 거칠게 파고들었다. 곧 단단한 손가락이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뜨거운 입술이 덮쳐왔다. 칼바람 같은 숨결이 폭풍처럼 쏟아지며 숨이 가빠졌다. 순간, 임다영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워졌다. 밤새도록 그 방은 숨 막히는 열기로 가득 찼다. 그리고 해가 막 떠오르던 시각, 연시윤이 깊이 잠든 틈을 타 임다영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쳐 입고 호텔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곧장 동구 고급 빌라촌의 임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 ... 뒤뜰에서는 야외 파티가 한창이었다. 임씨 가문의 세 식구는 온몸에 명품을 두른 채 한데 모여 웃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사람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어? 임다영, 네가 여길 왜... 옷은 그게 뭐야?” 찢겨 나간 옷자락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얼굴이 유난히 고와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길바닥을 전전하는 노숙자로 보일 수도 있었다. 임다영은 파티 인파를 헤치고 걸어갔다. 마침내, 얼굴이 잿빛으로 굳어버린 세 사람과 시선이 맞았다. 십 년 동안 ‘키워줬다’는 명목으로 그녀를 서슴없이 불구덩이에 밀어 넣었던 장본인들이었다. 그들은 끝내 임다영을 10억 원에 팔아넘겼다. 여자를 학대해 죽인 전과가 수두룩한 늙은이, 안중식에게 마치 물건을 흥정하듯, 아무 거리낌 없이 팔아넘겼다. 세 사람은 그녀가 다시 걸어서 이 집으로 돌아올 거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지만 임다영은 살아 돌아왔다. 그리고 어젯밤, 임씨 가문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남자, 문주의 ‘저승사자’ 연시윤에게 불씨를 던졌다. 임건욱이 다급히 다가왔다. 그의 목소리에는 놀람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임건욱이 다급히 다가왔다. 놀람과 두려움이 뒤섞인 눈빛이 그대로 드러났다. “임다영! 네가 어떻게... 어, 어떻게 돌아온 거야?” “제가 오면 안 되는 곳이라도 온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임다영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얼굴에 서늘한 웃음이 번졌다. “혹시 제가 안중식 그 늙은이한테 팔려 간 뒤 받기로 한 10억 원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아쉬워서 어떡하죠? 전부 물거품이 됐으니까요.” 김여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늘 고분고분하던 양녀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맞서는 건 처음이었다. “어떻게 아버지한테 이런 태도로 말대꾸할 수 있어? 우리가 몇 년을 먹여 살렸는데!” 임예진이 코웃음을 치며 비아냥거렸다. “꼴 좀 봐. 도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하다가 굴러온 거야? 창피한 줄은 알아?” 겉으로 보기에는 가족끼리 모여 속삭이는 듯했지만, 실상은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담합이었다. 화려한 옷과 번드르르한 말로 임다영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임다영은 그동안 참고 견디며 가족이라 믿었지만, 돌아온 건 가장 잔인한 배신뿐이었다. 목숨 걸고 빠져나온 임다영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 사람들, 절대 편히 숨 쉬게 두지 않을 거야!’ 그래서 어젯밤, 목숨을 내던지고 연시윤을 끌어들였다. 이제 남은 건 기다림 뿐이었다. 그가 칼바람을 몰고 와 임씨 가문을 통째로 쓸어버리길 기다릴 뿐이었다. 이제 슬프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눈앞의 이들은 숨만 붙은 시체야. 곧 사라질 그림자에 불과해!’ “이제 당신들 생각대로 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만 포기하세요.” 담담하게 말하고 몸을 돌린 순간 김여진이 손을 뻗었다. 길고 날카로운 네일에 빛이 번뜩였다. “이 배은망덕한 년! 가긴 어디 가? 오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중식한테 끌고 갈 거야!”
이전 챕터
1/176다음 챕터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