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2화

임다영은 차가운 표정으로 김여진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 “이거 놔요!” “으악!” 비명은 뜻밖에도 임예진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김여진의 날카로운 네일이 그대로 딸의 팔에 박혀버린 것이었다. 이 소리에 주변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야? 예진아, 괜찮아?” 임건욱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그는 얼른 사람들 앞을 가로막으며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딸아이가 다치는 바람에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딸아이가 다쳤다는’ 말에 궁금해하던 시선들은 걱정으로 바뀌었고 더는 무슨 일인지 묻지 못하고 흩어졌다. 임건욱은 임다영의 팔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손아귀에 힘을 실어 손목을 부술 듯한 힘으로 비틀며 손님 없는 홀로 끌고 갔다. 그 순간, 그의 분노가 폭발했다. “철썩!” 매서운 손바닥이 그녀의 뺨을 강타했다. “이 천한 년! 감히 귀한 내 딸 몸에 상처를 내? 예진이를 다치게 한 거야?” 그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갈라졌다. “우리가 10년을 먹여 살렸으면 보답해야지! 안중식 대표한테 시집 보내 준 걸 감지덕지해도 모자랄 판에! 여기가 어디라고 다시 기어들어 와!” 입가에서 붉은 피가 번졌지만 임다영은 바닥에 쓰러지면서도 시선을 떨구지 않았다. 옆에 서 있던 임예진이 상처 난 팔을 부여잡으며 분노에 이를 갈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빠, 저런 년은 그냥 숨넘어가기 직전까지 패야 해요. 저 얼굴 뭉개버려서 다시는 남자 꼬실 생각 못 하게 해야죠.” 다시 손을 들려던 임건욱을 김여진이 막아섰다. “잠깐, 지금은 안 돼.” “엄마, 왜요? 설마 저년을 감싸려는 거예요?” 임예진이 눈을 부릅떴다. 김여진은 비웃음을 흘렸다. “감싸다니. 이래 봬도 안중식 대표님이 10억이나 되는 큰돈을 주고 사간 물건이야. 여기서 흠집이라도 나면... 그 안 대표님이 반품하려 하면 어쩌려고 그래?” 임건욱이 곧장 손을 거뒀다. “맞아. 그 곱상한 얼굴은 아직 써먹을 데가 있으니까... 우선 지하실에 가둬. 손님들 다 가면 내가 직접 안중식 대표한테 데려갈 테니까.” 하인 두 명이 다가와 바닥의 임다영을 강제로 끌고 갔다. 그녀는 흐트러진 옷차림에도 허리를 곧게 세운 채 걸어갔다. “기억해. 너희한테 더는 날 해칠 기회가 없다는 거.” 임다영은 차가운 눈길과 함께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그러자 임예진이 씩씩대며 말했다. “아빠, 봤어요? 저 표정? 혹시 도망치는 거 아니에요? 지금 바로 안 대표님 댁으로 보내버리죠.” “도망? 시골 촌년이 어디로 간다고? 절대 못 빠져나가.” 임건욱의 비웃음에는 확신이 묻어났다. 철문이 무겁게 닫히며 지하실이 어둠에 잠겼다. 구석에 앉은 임다영의 입술 끝이 서늘하게 말려 올랐다. ‘임건욱, 김여진, 임예진... 지옥에서 만나자.’ ... 호텔 최상층 펜트하우스. 킹사이즈 침대 위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깔끔했다. 비서실장 정민이 조심스럽게 서류를 내밀었다. “대표님, 급하게 조사한 자료입니다.” 연시윤은 검은 가죽 소파에 등을 기댄 채 서류를 받아 들었다. 짙은 눈썹 아래, 깊고 차가운 빛이 도는 눈동자가 번뜩였고 몸에 착 감기는 검은 셔츠가 날렵한 선을 감싸고 있었다. 문주에서 감히 이름 석 자조차 입에 올리기 두려운 그가, 어젯밤 한 여자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 정민은 숨소리마저 죽였다. 이 모든 전말을 아는 자신이 과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연시윤의 손끝으로 서류를 집었다. 두 손가락 사이에서 종이가 매끄럽게 미끄러졌다. 그는 시선을 내리깔고 낮게 읊조렸다. “임다영...” 입꼬리가 서늘하게 말려 올랐다. “당돌한 여자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지만, 그 안에 숨은 칼날이 공기를 가르듯 스쳤다. 지난 20년 동안, 단 한 번도 겪지 못한 굴욕이었다, 연시윤은 임다영이 임씨 가문에서 보낸 세월이 빼곡히 적힌 자료를 바라봤다. 입꼬리가 서서히 말려 올라가면서도 눈빛은 한층 차갑게 가라앉았다. 또 하나의 권세에 기생하는 여자일 뿐이었다. 그런 부류는 지겹도록 봐왔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의 안에서 오래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일깨웠고 그 스스로도 의심하던 병마저 낯선 반응을 보였다. 그는 서류에서 눈을 떼고 천천히 창가를 바라봤다. “임다영... 순진한 얼굴을 하고 감히 내 침대로 기어올라?” 연시윤이 서류를 책상 위에 탁 내던졌다. 순간, 매서운 기운이 퍼지며 공기마저 얼어붙었다. “가서 당장 데려와.” “네, 대표님.” 정민이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내가 보냈다는 건 절대 들키지 마.”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차가운 입매가 서늘하게 휘어졌다. “내 침대에 한 번 기어오르면 연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까지 넘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거야? 그리고 임씨 가문까지 상류층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 믿었어? 가소롭군. 내가 똑똑히 보여주지... 살아 있는 게 지옥이라는 걸. 차라리 죽여달라고 빌게 해줄게.” ... 30분 뒤 임씨 가문 저택 앞에 검은색 레인지로버 여러 대가 줄지어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자,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우르르 내려섰다. 순식간에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당신들 뭐야? 당장 나가지 않으면 경찰부를 거야!” “여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곳이야!” 임건욱은 외부인이 무단 침입했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황급히 뛰쳐나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숨이 턱 막혔다. 검은 정장 차림에 서늘한 눈빛과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만 봐도, 그들이 평범한 손님이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임다영 씨를 내놓으시면 조용히 물러날 겁니다.” 그 말에 임건욱의 눈이 번쩍였다. ‘임다영 그년을 찾는 사람이 안 대표 말고 또 누가 있겠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마음이 조금 놓였다. “좋습니다, 지하실에 가둬 놨으니 데려가세요.” 서둘러 손짓하며 안내하자, 경호원들은 별다른 말 없이 따라갔다. 괜히 연씨 가문 소속임을 드러낼 이유는 없었다. 지하실 문이 열리자, 선두의 경호원이 짙은 선글라스를 낀 채 다짜고짜 물었다. “임다영 씨 맞으십니까?” 임다영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은 맑게 빛났지만, 그 안에서 묘한 광채가 스쳤다. “맞아요. 제가 임다영이에요. 죽이러 온 거라면 긴말할 것 없이 지금 끝내주세요.”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