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그때 임다영은 심각한 상처를 입은 남자를 구하겠다고 등에 업은 채 사람이 있는 곳까지 한참을 걸었다. 그렇게 사람이 있는 곳까지 걸어간 임다영은 정신을 완전히 잃었고 다시 일어났을 때는 임씨 가문에 입양된 상태였다.
뒤에 그 납치 사건으로 아이들이 많이 죽어 나갔다는 것만 들었지 남자애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임다영은 발목에서 전해진 고통을 무릅쓰고 연시윤을 겨우 거실 소파로 옮겼다. 이마를 만져봤지만 체온이 내려가기는커녕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다행히 전에 여기서 며칠 지낸 적이 있어 주방에 익숙한 편이었다.
임다영은 얼음을 수건에 싸서 연시윤의 이마에 올려 열을 내리려다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단추를 풀어 몸까지 닦아주려 했다.
순간 눈을 번쩍 뜬 연시윤이 임다영의 손목을 꽉 부여잡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봤다. 그 눈빛에 불안해진 임다영은 연시윤이 혹시나 알아볼까 봐 얼른 설명했다.
“연시윤 씨, 깼어요? 별장으로 데려오긴 했는데 열이 조금 나는 것 같아서 옷을 벗기고 닦아주려던 참이었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임다영이 눈을 질끈 감고 이렇게 말해도 연시윤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이렇게 말했다.
“이제 깼으니 내가 남아있을 필요는 없겠네요. 먼저 갈게... 아악.”
임다영이 걸음을 떼기도 전에 연시윤이 그녀를 품으로 끌어당겼다.
“저기...”
임다영은 녹아버릴 듯한 연시윤의 체온을 느끼고 머리가 잠시 흐릿해졌다가 이내 모든 걸 알아챘다. 전에 연시윤의 술에 문제가 있다고 한 게 독을 탄 게 아니라 사실은...
그렇게 하룻밤이 지났다.
날이 서서히 밝아올 때쯤 잠에서 깬 임다영은 온몸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옆에 누운 연시윤과 바닥에 널린 옷가지들을 본 순간 임다영은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또 연시윤과... 왜 매번 일이 이렇게 꼬이는 거지?’
임다영은 연시윤이 독이 든 술을 먹고 죽기라도 할까 봐 선심을 썼을 뿐인데 이런 대가가 따라올 줄은 몰랐다. 머리가 복잡해지는데 어디선가 벨 소리가 울렸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