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잠에서 깬 연시윤은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 이마를 살살 문지르는데 간간이 들려오는 울먹이는 소리에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쪽을 쏘아봤다.
“누구야?”
연시윤이 바짝 경계했다. 누군가 침실에 몰래 들어왔다는 건 어젯밤 함정에 빠진 게 틀림없다는 의미였다. 다만 그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는 순간 연시윤은 넋을 잃었다.
“시윤 오빠...”
백유리가 옷이 헝클어진 채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는데 몸에는 사랑의 흔적까지 보였다.
“어젯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연시윤이 갈라진 목소리로 무섭게 쏘아붙이자 백유리가 내심 흥분했다.
‘역시 오빠는 아무것도 기억 못 하네. 어제 오빠를 별장으로 데려온 사람이 임다영 그 빌어먹을 년이라는 것도 말이야. 모험하길 잘했네.’
“나도 모르겠어요...”
눈시울마저 빨개진 백유리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시윤 오빠,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연시윤은 어젯밤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려 했지만 하나같이 흐릿하기만 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가녀린 몸집의 누군가가 그를 데리고 별장으로 와서 분주히 돌아치며 챙겨준 것밖에 없었다.
두려움에 가득 찬 백유리의 모습에 연시윤은 가슴이 아팠다. 눈치가 빠른 백유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한마디 덧붙였다.
“시윤 오빠, 사실 나 오빠 쭉 좋아했어요. 하지만 전에는 나를 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챙겨주는 것 같아서 말할 엄두가 안 났어요. 혹시나 오빠가 날 멀리할까 봐. 하지만 이제 잠자리까지 가졌으니... 연씨 가문 안주인 자리는 몰라도 옆에 남고 싶어요. 오빠의 여자가 되고 싶어요. 이것만큼은 들어주면 안 돼요?”
바닥에 꿇어앉아 비굴한 자세를 보이는 백유리를 보며 연시윤은 더 가슴이 아팠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연시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백유리의 두 팔을 잡았다.
“너를 멀리할 일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백유리가 연시윤의 품에 와락 안겼다.
“그러면 허락한 거예요? 내가 오빠의 여자가 될 수 있게?”
연시윤은 그를 바라보는 백유리의 겁에 질린 눈동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