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몇몇 친구들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할 엄두를 못 냈다.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송혜연은 이제 진이한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데 그가 술이 떡이 된 게 다른 여자 때문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송혜연도 혼란스러운 상황보다는 진이한을 더 걱정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잠이 든 진이한을 불렀다.
“이한아. 이한아. 정신이 좀 들어?”
여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자 진이한이 어렴풋이 눈을 떴다. 다만 눈앞에 선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그저 익숙한 느낌만 들었다. 하여 여자가 가까이 다가와도 진이한은 거부하지 않고 부축을 받으며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많이 마셔서 일단 데리고 들어갈게.”
송혜연은 자연스럽게 진이한을 집에 데려다주는 임무를 도맡았다. 이에 정주원과 다른 친구들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성가신 일을 얼른 떠넘기려 했다.
두 사람이 룸에서 나가자 진이한의 친구 중 한 명인 황서진이 입을 열었다.
“형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정주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걸 누가 알아.”
진이한이 좋아하는 사람이 송혜연이라면, 옆에서 열심히 간호해 준 은혜가 있어 선택하기 어려웠던 거라면 이제 민아진이 제 발로 물러났으니 기뻐해야 맞았다. 다만 진이한이 좋아하는 사람은 민아진이라고 하기에도 그러면 애초에 왜 그저 동생일 뿐이라고 말하며 송혜연을 편애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누구도 진이한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맞히기 힘들었다. 그건 아마 진이한 본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진이한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이튿날 아침이었다. 눈 부신 햇살이 몸을 비추자 숙취로 인한 두통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진이한은 미간을 찌푸리고 관자놀이를 살살 주물렀다. 습관처럼 바라본 침대맡에는 늘 그렇듯 해장국이 놓여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 대뜸 기분이 좋아진 진이한이 이불을 걷어차고 방에서 나와 곧장 주방으로 향하는데 식기가 부딪쳐서 나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문을 벌컥 열어젖힌 진이한이 숨 쉬듯 자연스럽게 한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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