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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남자 친구라는 말에 진이한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귀에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너... 남자 친구 생겼어?” 민아진은 진이한이 왜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속일 이유도 없거니와 남자 친구가 내놓기 민망한 사람도 아니어서 민아진이 멈칫하더니 뭔가 생각났다는 듯 진이한을 바라봤다. “아참, 이번에 이렇게 들어온 것도 결혼식 준비하려고 들어온 거야. 결혼식 끝나면 거의 돌아올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네가 와준다면야 고맙고.” 말이 끝남과 동시에 먼 곳에서부터 민아진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주연호였다. “아진아, 화장실 다녀오는 게 왜 이렇게 오래 걸려? 기다리다가 목 빠지는 줄 알았네...” 주연호가 이렇게 말하다 옆에 선 진이한을 발견하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진아, 이분은 누구야?” “진성 그룹 대표 진이한이야. 전에 나를 후원해 준 진씨 가문 사람.” 민아진은 진이한을 모르는 척하지 않고 오히려 대범하게 소개했다. 그러더니 호흡을 가다듬고 진이한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쪽은 주연호. 내 남자 친구야.” 간단한 한마디였지만 진이한을 두 번이나 아프게 찔렀다. 어느 날엔가 민아진이 그를 소개할 때 자기를 후원해 준 진성 그룹 사람으로 소개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주연호라고 불리는 사람은 진이한이 품고 있었던 얼마 남지 않은 희망까지 박살 냈다. 주연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민아진이 말하는 남자 친구가 실존 인물이 아닌 질투 유발용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니다. 눈치챘는지는 모르지만 민아진은 두 사람을 소개하면서 몸이 무의식적으로 주연호를 향했고 진이한을 소개할 때는 거리감이 느껴졌지만 주연호를 소개할 때는 친근감이 느껴졌다. 이건 남녀를 불문하고 관계가 일반적이지는 않다는 의미였다. “진 대표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진이한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주연호가 눈살을 살짝 찌푸리는가 싶더니 입꼬리를 올리긴 했지만 그 웃음이 눈동자까지 닿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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