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7화

그날 후로 민아진은 거의 방에만 있었다. 저녁이 되자 송혜연이 갑자기 배를 부여잡으며 얼굴이 핼쑥하게 질려서는 진이한의 품에 쓰러졌다. “무슨 일이야?” 당황한 진이한이 얼른 가정 주치의를 불렀다. 검사를 마친 의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음독입니다.” 순간 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도우미들은 숨을 죽인 채 가슴을 졸이며 옆에 서 있었다. 집사는 도우미들에게 저녁 식사 준비 과정을 자세히 캐물었다. “제... 제가 봤습니다...” 한 젊은 도우미가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 “민아진 씨가 국에 뭘 넣는 걸 봤어요...” 진이한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더니 민아진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가 손목이 으스러질 듯이 꽉 움켜잡았다. “고작 옥반지 하나로 혜연을 죽일 셈이야? 민아진, 너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민아진이 고개를 들고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런 적 없어.” “아직도 변명이야?” 진이한이 차가운 표정으로 도우미에게 말했다. “국 남은 거 가져와요.” 민아진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잘못했으니 벌은 받아야지.” 진이한이 민아진의 턱을 꽉 부여잡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야 앞으로 어떤 일은 해도 되고 어떤 일은 하면 안 되는지 알 거 아니야.” 도우미가 남은 국을 가져오더니 진이한의 명령에 따라 민아진의 입에 억지로 쏟아부었다. 민아진이 몸부림치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두 보디가드가 움직이지 못하게 팔을 꾹 눌렀다. 뜨거운 국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민아진은 사레가 걸려 연신 기침했다. 약효는 꽤 빨리 나타났다. 너무 아파 바닥에 나동그라졌음에도 민아진은 굴하지 않고 식은땀을 흘리며 주먹을 꼭 쥔 채 고집스럽게 말했다. “나는 그런 적 없어...” 진이한은 그런 민아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송혜연에게 조심스럽게 물을 떠서 먹이더니 따듯한 수건으로 이마에 난 땀을 닦아줬다. 부드러운 눈빛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 “이한아..” 송혜연이 떨리는 손으로 진이한의 팔을 잡았다. “아진은...” “편들려고 하지 마.” 진이한이 부드럽게 다독였다.’ “너는 몸조리나 잘해.” 민아진은 너무 아파 의식이 흐릿해지기 시작했고 극심한 고통에 눈앞이 깜깜해지는데 누군가 그녀를 거칠게 구급차에 욱여넣는게 느껴졌다. 그렇게 민아진은 병원에서 밤을 보냈지만 보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이튿날, 민아진이 별장으로 돌아갔을 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핸드폰이 울려서 확인해 보니 송혜연이 인스타에 올린 사진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 진이한이 송혜연의 허리를 감싸고 서서 서로 마주 보며 활짝 웃고 있었다. 사진과 함께 적은 글은 이랬다. [오랜만에 누구와 함께 바다. 많이 놀랐으니까 푹 쉬어야 된다나.] 민아진이 핸드폰을 닫고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캐리어의 지퍼를 올리고 나서야 이곳에서 3년을 살았는데 자기 몫으로 된 물건이 너무 적다는 걸 알게 되었다. 24 크기의 캐리어에 3년간의 흔적이 전부 들어간 것이다. 민아진은 이곳에 속한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다. 진이한의 마음에 단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잘못한 게 뭔지 알겠어?” 그때 진이한의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그는 슈트를 입은 채 현관에 서서 미간을 찌푸리고 심사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잘못했어.” 민아진이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를 좋아한 게 잘못이지. 내 멋대로 네 옆에 남은 것도 잘못이고.’ 진이한의 표정이 살짝 좋아졌다. “잘못한 거 알면 됐어. 씻고 나와. 파티 가야지.” “파티?” 민아진이 멈칫했다. “오늘 내 생일인 거 잊었어?” 진이한이 미간을 찌푸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생일을 잊은 게 큰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민아진은 그제야 오늘이 진이한의 생일이라는 걸 어렴풋이 떠올렸다. 예전 같았으면 미리 케이크를 준비하고 선물을 고르고 현장까지 직접 꾸몄을 텐데 말이다. 민아진은 진이한이 어떤 케이크를 좋아하는지 어떤 분위기를 싫어하는지 잘 알았고 매년 어떤 소원을 비는지까지 빠삭하게 기억했지만 이번에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먼저 가.” 민아진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옷 갈아입고 선물 준비해서 갈게.” “이한아.” 송혜연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아래층에서 들려왔다. “다들 너만 기다리고 있어.” 진이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민아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빨리 와.” 그러더니 몸을 돌려 그대로 별장을 나섰다.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걸 들으며 민아진은 경멸에 찬 웃음을 지었다. ‘진이한. 내가 이번에 주는 선물은 너의 세상에서 완벽하게 사라져 주는 거야. 이제는 너와 송혜연을 축복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이쯤하고 나로 살아보려고.’ 미리 정리해 둔 캐리어를 끌고 나온 민아진은 3년 동안 몸담은 이곳을 빙 둘러보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별장을 떠났다. 사람들로 붐빈 공항, 민아진은 탑승구 앞에 서서 핸드폰을 꺼내 진이한에게 마지막 문자를 보냈다. [진이한. 나 떠나. 송혜연과 검은 머리 파 뿌리 될 때까지 예쁜 사랑 나누길 바랄게.] 그러고는 핸드폰을 끄고 탑승구로 들어갔다. 이제 3년 동안 꾼 꿈에서 깨고 앞으로 나아갈 때가 되었다. ‘다시 보지 말자. 진이한.’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