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2화
정찬수는 그녀를 속이지 않았다.
복도 끝에 진짜 박동진이 서 있었다.
하지만 송가빈은 등을 돌린 채라 그를 보지 못했다.
두 남자의 시선이 공중에서 맞부딪혔다. 순간, 주변의 모든 소음이 사라진 듯한 고요 속에서 두 눈빛에는 맹수 같은 흉포함이 번졌다.
박동진의 시선은 날것 그대로의 순수한 적의를 담았고 정찬수의 얼굴에는 장난기 섞인 흉악함이 스쳤다.
박동진이 굳은 얼굴로 빠르게 다가오려 하자 정찬수는 재빨리 송가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또 어지러워요?”
달빛을 바라보느라 넋이 나가 있던 송가빈은 어깨에 전해진 묵직한 무게에 흠칫 놀라며 물었다.
정찬수는 그녀를 느슨하게 끌어안으며 불쾌감을 주지 않을 만큼의 거리에서 은근히 소유권을 과시했다. 그건 박동진을 향한 무언의 신호였다.
“응, 조금.”
“간호사님이 가벼운 뇌진탕일 수도 있다고 했어요. 괜히 아까처럼 첫사랑 본다고 하지 말고 한 자세로 계셔야 해요. 고개도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다고요.”
“알았어. 가만히 있을게. 안 움직일게.”
송가빈은 어깨에 기대 있는 그의 크고 무거운 머리를 내려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병실로 돌아가요. 이제 대표님을 지탱해 줄 힘이 없어요.”
“응, 그래.”
정찬수는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내 머리가 그렇게 무거워?”
“음... 대표님 세 아들보다는 조금 가벼워요.”
두 사람은 서로를 부축하며 복도를 걸었고 곧 박동진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가 막 뒤따르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박동진은 통화 버튼을 눌러 잠시 이야기를 들은 뒤 낮게 말했다.
“알았어, 지금 갈게.”
전화를 끊은 그는 걸음을 옮겨 조금 전 송가빈이 서 있던 자리에 섰다.
그리고 그녀가 바라보던 방향으로 창밖을 올려다봤다.
휘어진 초승달이 고요히 떠 있었다.
그녀가 왜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그는 밤하늘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
촬영 도중, 양유정이 낯선 사람에게 끌려갔다.
그곳은 자신의 캠핑카가 아니라 처음 보는 고급 승용차였다.
휴대폰은 빼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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