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3화
하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운전만 계속했다.
목적지는 꽤 먼 곳인 듯했다. 양유정은 그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
‘가보면 알겠지.’
새벽녘이 되어서야 차는 천천히 멈춰 섰다.
“양유정 씨, 일어나세요.”
하준우의 목소리에 양유정은 몽롱한 눈을 뜨고 웅얼거렸다.
“여기가 어디예요?”
“보시면 압니다.”
그녀는 살짝 눈을 뜨고 창밖을 바라봤다.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번져 방향을 제대로 가늠하기 어려웠다.
주변에는 낮은 단층 건물들이 드문드문 서 있었고 골목 안쪽에서는 붉고 푸른 네온사인이 흐릿하게 깜박였다.
간판에는 [이발관], [마사지] 같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도시와 시골이 뒤섞인 듯한 기묘한 분위기였다.
“날 이런 외진 곳에 데려와서 뭘 하려는 거죠?”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하준우는 차에서 내려 양유정이 있는 쪽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알아보지 못하시겠다면 직접 내려서 둘러보시죠.”
막 잠에서 깬 탓에 여전히 몽롱하던 양유정은 차에서 내린 순간, 그대로 굳어 버렸다.
빨간 간판에 큼직하게 박힌 [용성 호텔]이라는 글자가 눈에 꽂혔다.
그녀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곧바로 몸을 돌려 시선을 피했다.
“양유정 씨, 왜 그러세요?”
하준우가 다가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멀미가 좀 있어서요.”
목소리는 떨렸고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하준우는 휴지를 뽑아 건네며 말했다.
“몸이 좀 뜨거우신 것 같은데요.”
“고마워요.”
양유정의 온몸은 땀에 젖어 있었지만 하준우의 손끝에 스친 그녀의 손가락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차 문을 열었다.
“차에 타세요. 에어컨 바람 쐬면 조금 나으실 겁니다.”
양유정은 차에 오르려다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다.
힘이 빠진 몸을 간신히 일으켜 뒷좌석에 올라탄 그녀는 몇 번이나 깊게 숨을 내쉰 뒤에야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하준우는 천천히 차를 출발시켰다.
양유정이 눈을 감은 것을 확인하자 그는 몰래 백미러에 붙어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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