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6화

양유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박 대표 운전기사가 날 용성 호텔 앞까지 데려다줬을 때, 난 이미 박 대표가 그 일이 나랑 관련 있다고 의심한다는 걸 눈치챘어.”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곤 체념한 듯 말했다. “분명 우 교수도 찾아갔을 거야. 그래도 너랑 우 교수는 날 지키려고 절대 입을 열지 않았겠지. 거기서 답을 못 얻으니 결국 날 직접 떠본 거고.” 여기까지 듣고서야 송가빈은 모든 상황이 또렷해졌다. “그래서 나랑 박 대표 사이의 오해를 풀어주려고 일부러 모르는 척한 거구나. 사실상 박 대표에게 답을 준 거나 다름없네. 그날 밤 일이 너랑 관련 있었다는걸.” 양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곧 다시 저었다. “가빈아, 비밀을 계속 안고 사는 건 너무 힘들어.” “하지만 이 일을 아는 사람이 한 명 늘수록 위험이 커져. 지금은 박 대표뿐만 아니라, 아마 그 사람 비서까지 알게 됐을 거야. 만약 박 대표가 술자리에서 취해 한마디라도 새면 금세 퍼질지도 몰라.” 양유정은 담담하게 웃었다. “퍼지면 퍼지는 거지, 뭐. 난 그냥 은퇴하면 돼. 그동안 벌어둔 돈이면 남은 평생 쓰고도 남아. 한적한 데 숨어 들어가 평범하게 살면 그만이야.” 솔직히, 양유정이 이렇게 태연하게 말하는 걸 보자 송가빈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양유정은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게 버겁다고 했지만 송가빈이라고 다를 게 없었다. 그녀는 양유정이 절망 끝에 목숨까지 끊으려 했던 장면을 여러 번 보았다. 그래서인지 그 후로 양유정에게서 조금이라도 불안한 기미가 느껴지면 심장이 먼저 덜컥 내려앉곤 했다. 양유정이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가빈아, 난 이제 내려놨어. 너도 내려놔. 이렇게 오래 버텨줘서 고마워.” 송가빈은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런데 시훈대에는 왜 간 거야? 설마 박 대표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려고?” 양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 대표가 이미 눈치챘다는 건, 곧 날 이용해서 널 협박할 수 있다는 뜻이잖아. 근데 아까 보니까 너희 둘 오해는 이제 풀린 것 같던데. 게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