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2화
그는 카트 위에 가지런히 묶인 침대 시트와 베갯잇을 유심히 훑었다.
“우리 호텔 리넨은 전부 최고급 장섬유 면이에요. 일반 원단보다 품질이 훨씬 좋아서 더 무겁죠.”
세탁실 직원이 팔짱을 끼고 물었다.
“그런데 손님, 왜 이렇게 세탁물에 관심이 많으세요?”
박동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조용히 하준우에게 신호했다.
“뒤져봐.”
하준우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소매를 걷어 올리자 직원이 재빨리 막아섰다.
“지금 하시는 거예요?”
하준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설마 ‘우리 사모님이 여기 안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그때 박동진의 단단한 목소리가 또렷이 울렸다.
“제 아내가 이 호텔에 묵고 있는데 귀중품이 사라졌습니다. 혹시 세탁물과 함께 수거됐을 수도 있어 이렇게 대신 찾으러 왔습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세탁실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조금만 비켜 주시면 제 비서가 금방 확인할 겁니다. 오래 걸리지 않아요.”
여자는 프런트 직원과 눈빛을 주고받더니 수긍했다. 고급 호텔일수록 고객 서비스에 민감한 데다가 분실물이 생겼다니 대수로이 넘길 수 없었다.
“좋아요. 그럼 빨리하세요.”
박동진이 다시 눈짓하자, 하준우는 양복 상의를 한쪽에 훌렁 벗어 던지고 셔츠 소매를 높이 걷어붙인 뒤 망설임 없이 카트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카트는 그리 크지 않았고 정말 누가 숨어 있다면 팔 하나만 쑥 넣어도 바로 닿을 수 있었다.
혹시라도 사모님이 안에 있을지 몰라, 그는 일부러 힘을 죽였다. 괜히 민감한 부위를 잘못 건드렸다간 자기 목숨이 위험해질지도 몰랐으니.
하지만 이상한 낌새는 없었다. 그는 카트 한가운데를 골라 손을 깊숙이 찔러 넣었지만, 층층이 쌓인 건 전부 세탁물뿐 사방을 더듬어 봐도 손끝에 닿는 건 오직 순면의 감촉뿐이었다.
결국 하준우는 몸을 일으켜 고개를 저어 박동진에게 신호했다.
박동진은 알아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직원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내의 물건은 여기에 없는 것 같네요. 하시던 일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