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8화
그의 손끝에는 아직 세제 냄새가 옅게 배어 있었다.
약간 자극적이긴 했지만 코를 찌를 정도는 아니었고 오히려 은은한 레몬 향이 그의 체온에 데워지니 묘하게 송가빈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며칠째 양유정 일로 곤두서 있던 신경이 서서히 풀리며 그녀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듯 잠에 들었다.
그리고 또다시 그 꿈을 꿨다.
비 내리는 거리. 박동진은 손을 뻗어 그녀에게 돌아와 달라고 애원하고 있었고 그 옆엔 정찬수가 우산을 들고 조용히 서 있었다.
이번엔 둘이 날을 세우지도 서로를 찢어 놓을 듯 싸우지도 않았다.
정찬수가 덤덤하게 말했다.
“돌아가. 임수연 씨가 기다리고 있잖아.”
박동진의 두 눈은 벌겋게 충혈돼 있었고 무언가 더 말하려 애썼다. 뒤쪽에선 임수연이 그의 허리를 꼭 끌어안은 채 울먹였다.
“나에겐 이제 당신밖에 없어. 제발 떠나지 마...”
이내 정찬수는 송가빈을 감싸안고 빗속을 걸어갔고 박동진은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을 쫓으려 했지만 임수연에게 붙잡혀 발을 떼지 못했다.
“깼어?”
송가빈이 천천히 눈을 떴다. 아직 의식이 흐릿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잘되지 않았지만 차가 멈춰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도착했어요?”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봤다.
여긴 가정법원 앞도, 그 근처 거리도 아닌 조금 시끌벅적한 시장 변두리였다.
좁은 골목들 사이로 노점상들은 분주했고 포장마차에선 뜨거운 김이 피어올라 온갖 음식 냄새가 공기 중에 퍼졌다.
송가빈은 순간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정찬수가 웃으며 물었다.
“알아보겠어?”
“여기 혹시 학교 뒷거리예요?”
학생 시절, 값싸고 맛 좋은 음식들이 가득하던 이 뒷거리는 학생들에게 천국이었다. 처음엔 양유정과 함께 이 거리를 걸으며 이것저것 먹는 걸 즐겼다.
그러나 그 사건 이후로는, 대학교 4학년 졸업 때까지 두 사람은 다시 웃으며 이 거리를 걷지 못했다.
그녀의 기억 속 이 길은 대학교 1학년, 짧았던 몇 달에 머물러 있었다.
정찬수가 차 문을 열며 말했다.
“차에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그는 급히 내렸고 십여 분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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