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9화
“그래, 알겠어.”
정찬수가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는 법원 문을 나서며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직원이 송가빈에게 물었다.
“화장실이라면 이 건물 안에도 있는데, 남자 친구분은 왜 굳이 밖으로 나가시는 거죠?”
송가빈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몰라요. 그냥 두세요.”
“그런데, 이 근처에는 공중화장실도 없어요...”
오늘따라 법원이 유난히 더 붐볐다.
문 앞에는 여전히 많은 커플들은 혼인 신고를 위해 밝은 얼굴로 번호표를 뽑고 있었다.
무심코 훑어보니 이미 대기 번호는 백 번 대까지 올라가 있었다.
마침 49번이 끝나고 방송에서 50번을 부를 때, 양유정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아직 시간이 조금 더 있을 거라고 판단한 송가빈은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유정아.”
“가빈아, 볼 일은 다 끝냈어?”
“응.”
송가빈이 말을 이었다.
“이혼 서류는 이미 다 접수했어.”
“그거 잘됐네! 사실 아까부터 계속 전화하고 싶었는데 괜히 내가 방해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 못 걸었거든.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
송가빈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걱정하지 마. 그러는 너는 어때? 박동진이 내가 도망쳤다는 거 눈치챘을 텐데, 괜히 너한테 찾아가서 막 난리 치진 않았지?”
그러자 양유정이 시원하게 웃어넘겼다.
“난 계속 기억 잃은 척하면 그만이야. 박동진이 나한테 뭘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 맞다. 가빈아. 아까 박동진이 너 찾으러 왔었거든. 얼마나 화가 났는지 막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라. 혹시라도 마주쳤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아. 서류 접수 끝냈으면 하루라도 빨리 떠나. 괜히 흥분해서 너 다치게 할지도 몰라.”
“응, 알겠어.”
마침 그때, 정찬수가 돌아왔다.
송가빈은 양유정에게 짧은 인사를 건네고 이내 전화를 끊었다.
정찬수는 달려오기라도 한 듯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이마에는 어느새 땀까지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송가빈이 홀에 띄워져 있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다음이 우리 차례예요. 잠깐 앉아서 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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