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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30분 후. 송가빈은 검은 롤스로이스 한 대가 미친 듯이 달려오더니 웨슬리 호텔 정문 앞에 급정거하는 걸 확인했다. 발렛 직원이 다가가 정중하게 물었다. “주차 도와드릴까요?” 하지만 박동진은 차 문을 확 열고는 직원을 무시한 채 호텔 안으로 잽싸게 달려 들어갔다. “결정했어요?” “네. 전 그 사람 안 보고 싶어요.” 사실 지금 박동진을 봐도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었다. 기껏해야 말다툼할 뿐이었고 그 일은 말다툼한다고 쉽게 결론이 날 일도 아니었다. 정찬수는 그 말을 듣고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송가빈 머리에 푹 씌운 다음, 그녀를 번쩍 안아 들어버렸다. 몸이 훌쩍 떠오르는 느낌에 송가빈은 본능적으로 정찬수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균형을 잡았다. 정찬수는 송가빈을 안은 채 슬쩍 체중에 관한 농담을 던졌다. “아주 알차 보이는데 왜 이렇게 가벼운 거죠?” 정찬수는 송가빈을 안고 사무실을 나서더니 엘리베이터 앞에서 허겁지겁 송가빈을 찾으러 온 박동진과 딱 마주쳤다. “찬수야.” 박동진은 정찬수를 보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너도 여기 묵고 있었어?” 정찬수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웃었다. “얘랑 같이 왔지.” 송가빈은 재킷 안에 폭 들어가 있어서 바깥 상황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정찬수가 이마를 그녀의 이마에 가만히 맞대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은 딱 연인 같은 분위기였다. 박동진은 순간 흔들리는 듯했지만 금세 평정을 되찾고 말했다. “제수씨는 왜 저러고 있어?” “다른 사람을 보기 부끄럽대.” “우린 친구잖아. 앞으로 자주 볼 텐데 뭐가 부끄럽다고 그래?” “지금 모습을 드러내기가 좀 불편한가 봐.” 정찬수의 말투에는 은근히 다른 뜻이 섞여 있었다. 마치 방금 둘 사이에 뭔가 일이 있었던 듯한 뉘앙스였다. 송가빈은 살짝 화가 나서 손가락으로 정찬수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앗!” 정찬수는 신음을 한 번 내더니 반은 장난, 반은 진심 섞인 톤으로 말했다. “이 타이밍에 날 건드리지 마. 또 장난치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냥 시작할 거야.” 정찬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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