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4화
선실 벽 너머에서 규칙적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건 아주 미약한 소리였다.
만약 박동진이 아직 떠나지 않고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면 절대 알아차릴 수 없었을 것이다.
송가빈은 그 소리가 기계음인지 아니면 누군가 일부러 내는 소리인지 확신할 수 없어 숨을 죽이고 한참을 더 귀 기울였다.
잠시 후 두드림은 멈추더니 몇 분의 정적 뒤에 다시 이어졌다.
지금의 송가빈은 두 발이 묶여 있지만 상반신은 자유로웠다.
송가빈은 몸을 힘겹게 소리 나는 쪽 벽으로 기울여 조심스럽게 두 번 두드려 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반대편의 소리가 뚝 끊겼다.
송가빈은 다시 몇 차례 시도했지만 더 이상 어떤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정오 무렵 선실 문이 다시 열리면서 낯선 검은 옷차림의 남자 두 명이 들어왔다.
그들의 차림새는 예전에 하준우가 붙여둔 경호원들과 똑같았다.
송가빈은 침대에 기대앉아 싸늘하게 물었다.
“박동진이 시켜서 내가 도망쳤는지 확인하러 온 거예요?”
그중 한 명이 다가와 발목에 채워진 수갑을 확인하더니 단단히 묶여 있는 걸 보고 옆 동료에게 보고했다.
“이상 없어.”
앞장선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송가빈에게 말했다.
“사모님, 그냥 얌전히 계시는 게 좋아요. 사방이 바다라, 도망칠 수 없으니까요.”
송가빈은 대꾸하지 않았다.
이미 똑같은 말을 박동진에게서 한 번 들은 적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실 창밖으로 보이는 것은 짙푸른 심해기에 이 남자가 하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사모님, 박 대표님께서 특별히 당부하셨어요.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저희가 최대한 맞춰 드릴게요. 다만 제발 얌전히 계셔 주세요. 괜히 저희를 곤란하게 만들지 마시고요.”
송가빈은 비웃듯 말했다.
“난 발에 수갑이 채워져 있고, 밖은 온통 바다뿐인데, 도망치고 싶어도 못 도망쳐요. 그럼 내가 얼마나 얌전해야 한다는 거죠?”
검은 옷의 남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곧 선실 구석에 굴러 다니는 녹슨 가위를 발견하곤 명령했다.
“저거 당장 치워!”
“예!”
가위는 곧바로 바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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