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화
어차피 오늘 할 일도 끝났겠다, 설인아는 바로 약속부터 잡았다.
“그럼 오늘 볼래? 전에 자주 가던 데서 보자.”
설인아가 흔쾌히 대답하자 심유나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좋아. 그럼 좀 이따 봐.”
설인아는 곧바로 차를 돌려 약속장소로 향했다.
...
야시장.
화려한 조명 아래로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이곳에서 설인아는 힘겹게 주차를 마치고 좁은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골목 끝에는 작은 고깃집이 있었는데 워낙 맛있어서 외진 곳인데도 사람들이 문 앞에 줄지어 기다리곤 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간 설인아가 가장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훑어보고 있는데 그때 회색 운동복을 입은 여자 한 명이 가게 문을 열어젖혔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따라서 움직이는 포니테일 때문인지 여자는 유독 생기발랄해 보였다.
설인아가 그 여자를 향해 손을 젓자 심유나는 예쁘게 웃으며 그녀에게로 다가섰다.
“내가 먼저 올 줄 알았는데.”
심유나가 옆에 놓인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자 설인아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마침 근처에 있어서 별로 안 멀었거든. 뭐 먹을래? 오늘은 내가 살게.”
설인아에게서 메뉴판을 받아든 심유나는 고개를 옆으로 젖히며 웃어 보였다.
“그럼 잘 먹을게.”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심유나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던 설인아는 만날 때마다 밥을 사곤 했다.
설인아는 메뉴판을 들고 있는 심유나의 불어 터져버린 손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오랫동안 물을 만지다 보니 물집도 생기고 어떤 곳엔 염증까지 생겨버려서 설인아는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테이블 위에 놓인 차를 한잔 마신 설인아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심유나를 보며 물었다.
“유나야, 요즘은 무슨 일 해?”
“하던 일 하지. 가게에서 설거지하고 배달하고 뭐 그런 거.”
그렇게 힘든 일을 하면서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하는 심유나에 설인아는 또 가슴이 아려와서 서둘러 가방에 넣어두었던 연고를 꺼내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거 손에 바르는 연고인데 한번 써봐. 효과 있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