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화
백지성은 부하 직원의 보고를 들은 뒤로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었고 가슴이 뜨거워지고 감정이 격해져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사모님 진짜 대단하네.’
‘듣기만 해도 피가 끓는데, 현장에 함께 있었더라면 얼마나 통쾌했을까.’
하시훈은 들고 있던 서류를 넘기다 말고 손을 멈췄고 늘 냉담하던 눈동자에 희미한 웃음기가 스쳤다.
‘드디어 이빨을 드러냈군.’
그는 고개를 들고 백지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치진 않았나요?”
백지성은 고개를 저으며 해맑게 웃었다.
“사모님은 전혀 다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설형우 손을 부러뜨리셨어요.”
이보다 더 시원한 소식이 또 있을까.
하시훈은 한쪽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
“오늘 회사 사람들한테 밀크티 한 잔씩 돌려요.”
햇살조차 평소보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백지성은 즐거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네, 대표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
설인아는 설씨 가문 별장 앞에서 한 시간 넘게 서 있었다.
이곳을 떠나려는 순간, 그녀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자라온 집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이미 그 안의 사람들은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
설인아는 문득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그리워졌다.
‘지금쯤 두 분은 뭐 하고 계실까?’
‘벌써 반년이나 못 봤네.’
입술을 꾹 다문 그녀는 바로 차를 돌려 구씨 가문 별장으로 향했다.
구씨 저택.
별장 왼편에는 넓은 정원이 있었다. 온갖 꽃들과 식물들이 가지런히 심어져 있었고 특히 지금은 덩굴장미가 한창 만개해 있었다.
꽃 아치 아래에는 벽돌로 구획된 작은 텃밭이 있었는데 그 안의 토마토는 붉게 익어 당장이라도 따서 한입 베어 물고 싶을 만큼 탐스러웠다.
설인아가 마당으로 들어서자 연순자와 구민철이 허리를 숙인 채 텃밭에서 채소를 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연순자는 짙은 남색 실크 저고리에 섬세한 매화 자수가 놓인 옷을 입고 있었는데 몸을 움직일 때마다 수 놓인 매화가 살아 숨 쉬듯 생생해 보였다.
희끗희끗한 머리는 나무 비녀 하나로 단정히 틀어 올려 고정했는데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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