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8화
육진수는 미소를 지은 얼굴로 설인아를 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인아야, 요즘 많이 바빠?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도 없는 것 같길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매너 있게 설인아를 위해 의자를 빼주었다. 설인아는 그런 육진수를 힐끗 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며칠 동안 육진수는 귀찮다 할 정도로 그녀를 찾아대고 있는 것을 보아 목적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와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눌 생각이 없었던 그녀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찾아온 건데?”
그녀는 설연우가 아무 이유도 없이 자신을 이곳으로 불러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차가운 눈빛으로 육진수를 보며 불쾌감을 잔뜩 드러내고 있었지만 을의 입장인 육진수는 웃는 얼굴로 설인아의 비위를 맞춰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뒤 커피를 그녀에게 내밀며 나직하게 말했다.
“우리도 이렇게 얼굴을 마주 보는 건 오랜만인 것 같네. 오늘 저녁 시간 돼? 저녁이나 같이 먹자.”
예전의 설인아는 그저 밥 한 끼 같이 먹어주면 화가 풀렸었기에 육진수는 이번에도 그렇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며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실망스러운 목소리만 들려왔다.
“안 가.”
아무 이유도 없이 밥 한 끼 같이 먹자고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설인아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육진수의 표정이 굳어지며 설인아를 보는 눈빛도 어두워졌다.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었지만 꾹 참고 말했다.
“인아야, 나 작품 금방 끝났어. 그래서 이렇게 시간 내서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거야. 며칠 지나고 새 작품 들어가면 너와 대화할 시간도 없을 거야.”
예전의 설인아는 늘 그에게 왜 그렇게 바쁘냐며 투정을 부리곤 했었다. 그래서 이번에 특별히 시간을 내서 그녀와 시간을 보내주면 아주 기뻐하리라 생각했다. 그런 그의 예상과 달리 설인아는 미간을 구기고 있었고 그가 역겹게 느껴졌다. 그를 보는 두 눈에도 어느새 비웃음이 가득 담겼다.
“넌 내가 지금도 예전의 설인아로 보여?”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멈칫하는 육진수에게 잔뜩 불쾌감을 드러낸 어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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