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9화
설인아는 그제야 육진수가 귀찮을 정도로 자신에게 연락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더 이상 새 작품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런 부분에서 보면 육진수와 설연우는 그야말로 천생연분이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육진수를 보며 말했다.
“미안한데. 나한테 그럴 시간 없어. 나 바쁜 사람이거든.”
예전에 그녀는 육진수에게 자주 대본을 골라주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를 사랑했기에 해주었을 뿐이다. 지금은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그녀가 굳이 그런 수고를 해줘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그에게는 그녀에게 이런 요구를 할 자격도 없었고 가소롭기 그지없었다.
육진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확 일그러졌다. 테이블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고 시퍼런 핏줄이 울퉁불퉁 튀어나왔다. 그러나 작품을 위해서라면 참을 수밖에 없었고 일부러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인아야, 장난은 그만해.”
설인아는 서늘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장난? 누가 장난을 한다는 거지? 이렇게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역겨워 미칠 것 같은데 장난이라고?'
그녀는 더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던지라 무시한 채 밖으로 나가버렸다. 육진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지금의 설인아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고 이대로 가만히 있다면 앞으로 또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결국 빠르게 걸음을 옮겨 그녀의 팔을 붙잡고 작게 말했다.
“인아야, 나한테 왜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
설인아는 자신의 팔을 잡은 그의 손을 보았다. 너무도 역겨웠다. 그녀에게 그가 필요할 때는 그는 항상 바쁘다며, 왜 자꾸 귀찮게 구냐며 말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가 원하는 대로 더는 질척거리지 않으니 이번에는 너무 매정하다고 말하지 않는가. 정말이지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녀는 육진수의 손에서 팔을 빼내고 싶었다.
“육진수 씨, 날 이렇게 붙잡고 있는 모습이 추하다고 생각하는데.”
육진수는 바로 손을 놓았다. 그의 안색은 한껏 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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