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장 오빠 너무 비굴해요

이서아는 한수호가 사진으로 어떻게 그녀를 협박했는지,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사진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그녀의 마음을 짓밟았던 일을 절대 잊지 않았다. 반드시 한수호에게도 같은 고통을 맛보게 해야 했다. “그래도 결국 제가 손해를 본 거잖아요. 대표님은 제가 그동안 얼마나 참았는지 모를 거예요.” 그러자 한수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참 수고했네.” 이서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전화를 끊었다. 한수호는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통화 종료음을 들으며 화면이 어두워지는 것을 바라봤다. 분노에 휩싸인 그는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한수호는 이서아가 이런 계획을 꾸밀 거라고 의심했었지만 정말로 그렇게 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의심이 되는 것과 실제로 배신을 당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방금 뭐라고 했지? 그동안 참느라 힘들었다고? 내가 그동안 뭘 했는데?’ 한수호는 이서아가 진영자를 보살피느라 식사를 거르는 걸 보고 특별히 데려가 밥을 먹였고, 중환자실 앞에서 초조하게 지키고 있는 이서아를 위해 운전기사에게 접이식 침대를 사오라고 지시했을 뿐만 아니라, 집에 데려가 씻게 하고 옷을 갈아입히고 푹 쉬게 했다. 이서아가 배를 타고 싶어 하면 배를 태워주고 활쏘기를 하고 싶어 하면 함께 활쏘기를 했다. 심지어 그녀가 마시기 싫어서 어찌할 줄 몰라 하는 양꼬리탕도 대신 해결해 주었다. 그런데도 자신이 이서아에게 충분히 잘해주지 않았단 말인가? 이서아가 자신을 이렇게 배신하다니? 한수호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셔츠 맨 윗 단추를 거칠게 풀었다.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져 있었는데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고개를 돌려 보자 소윤정이었다. “어휴, 누가 또 건드렸어요? 표정이 왜 이렇게 험악해요? 놀랐잖아요.” 두 사람 모두 장례식에 참석하려고 경북에 왔다. 한수호는 휴대폰을 집어넣으며 냉랭하게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야.” "말 안 해도 다 들었어요. 아까 이 비서님의 이름을 부르던데, 이 비서님이 오빠를 화나게 했어요?” 소윤정이 바로 맞췄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