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0장 한 대표님, 다음부터는 선 넘지 마세요

이서아는 한수호의 의도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집을 선물하는 게 그동안 괴롭힌 것에 대한 보상이라면 꽃으로는 뭘 보상할 수 있다는 말이지?’ 이서아는 카드에 찍힌 ‘한’자를 바라보며 한수호가 직접 쓴 그의 이름을 떠올렸다. 이서아는 한수호의 전 비서로서 계약서에 서명한 한수호의 글씨를 많이 봤다. 그의 필체는 유려하면서도 강렬했다. 한수호를 가장 좋아했던 그 시절, 이서아는 한수호가 무슨 일을 하든 그를 존경하고 우러러봤으며 시간 날 때는 백지에 한수호의 필체를 따라 글씨를 써보기도 했다. ‘한수호, 한수호...’ 한 획 한 획 아주 열심히 썼었다. 한 번은 한수호에게 들킨 적도 있었는데 한수호는 흥미를 보이며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러자 이서아는 부끄러워서 다급히 서류로 종이를 가렸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한수호의 차가우면서도 장난기 섞인 눈빛을 감히 바라보지 못했다. 얼굴이 뜨거워졌고 귀가 빨개질 정도였다 “...” 하지만 이제는 무감각해져야 할 순간에 왜 그런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의 일들만 생각하면 문득 몸이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서아는 카드를 다시 꽃다발에 꽂은 후 그것을 들고 가서 무표정한 얼굴로 회사 입구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유지호 덕분에 그녀는 최근 꽃을 버리는 데 익숙해졌다. 꽃을 버리자마자 이서아는 박수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유지호가 웃으며 다가왔다. “드디어 이 비서가 꽃을 어떻게 버리는지 직접 봤네요.” 이서아는 생각지 못한 유지호의 등장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그러다가 이서아는 곧바로 직업적인 태도로 돌아와 공손하게 말했다. “유 대표님,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까 내가 오겠다고 말했잖아요. 이 비서가 무슨 일을 당할까 봐 걱정돼서 왔어요.” 그리고 유지호는 쓰레기통을 흘긋 보고 말했다. “이 비서가 받은 정체 모를 물건이 이 꽃다발이었어요?” 이서아는 대답하지 않고 변명을 둘러대서 그를 돌려보내려 했다. “유 대표님이 보셨다시피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