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7장 불편

허정순은 또 한수호를 향해 걸어가더니 훨씬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 내가 전화했을 때 서종에 돌아간 지 얼마 안 됐지? 쉬지도 못하고 와줘서 너무 고마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오늘 밤에는 편하게 저택에 묵으렴. 방을 준비해달라고 하지.” 한수호는 거절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 허정순은 허리를 톡톡 두드리면서 한숨을 쉬었다. “난 하루 종일 고생했더니 힘들구나.” 최현아가 말했다. “얼른 올라가서 쉬세요. 저희가 남도 아니고 계속 같이 있어 줄 필요는 없습니다.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구석에서 이서아는 서둘러 눈을 감아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려보려고 했다. 앞은 보이지 않았지만 청각은 선명했다. 최현아는 어쩐지 자신과 한수호가 평범한 사이가 아님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희가 남도 아니고’, ‘저희가 알아서’... 말마다 ‘저희’를 떠나지 않았다. 어젯밤 한수호는 최현아를 데리고 연회에 참석했다. 그렇다면 그녀가 스타 그룹 직원 이상이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이서아는 입꼬리를 씩 올려서 비웃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여자를 바꾸는 한수호에 대한 비웃음이기도 하고, 그녀의 추측에 대한 비웃음이기도 했다. 로피 리조트에 있을 때부터 그녀는 최현아의 적대감을 느꼈다. 여자는 다른 여자의 적대감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그녀는 최현아가 한수호에게 마음이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안 그러면 지금처럼 졸졸 쫓아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한수호는 많은 곳에 그녀와 함께 등장했다. 백인하가 버림받은 것인지, 아니면 한수호가 마음이 ‘넓은’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제는 백인하와 그녀에서, 백인하와 최현아가 되었다. 그녀는 묵묵히 한숨을 쉬면서 눈을 떴다. 몸 상태가 좋지 못해서 그런지 눈가가 촉촉했다. 허정순은 진지한 표정으로 최현아를 바라봤다. 그녀가 한수호와 함께 나타난 것을 보는 건 이번으로 두 번째였다. 인상도 나름 좋았다. “나쁘지 않지. 수호 네가 마음을 열었다면.” 허정순은